brunch

계절 따라 변하는 채움뜰

by Firefly

계절 따라 변하는 채움뜰


봄에는 서문리 채움뜰이 부드러운 연두빛으로 물들었다.
갓 틔운 새싹들은 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자랐고, 복숭아꽃과 개나리가 길가를 물들였다.
마을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채움뜰로 달려와 꽃 사이를 뛰놀았다.


여름이 오자 서문리 채움뜰은 푸른 잎사귀와 향긋한 풀내음으로 가득 찼다.
토마토, 오이,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며 마을 부엌으로 향했고, 옥수수 수염은 바람에 흔들리며 수확의 때를 알렸다.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이 잎사귀 위를 또각또각 두드리며 푸른 정원을 노래했다.

가을에는 황금빛 물결이 들판을 채웠다.


고구마와 감자, 배추와 무가 땅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냈고, 국화가 그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
수확한 작물은 마을 잔치에서 함께 나누었고, 웃음과 고소한 전 냄새가 골목마다 퍼졌다.

겨울이 오면 채움뜰은 잠시 하얀 이불 속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속 채소를 돌보거나, 새해 농사 계획을 세우며 다음 봄을 준비했다.

계절은 변했지만, 서문리 채움뜰의 본질은 늘 같았다.


그곳은 언제나 사람과 땅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서문리의 심장이었다.

keyword
이전 06화첫 씨앗 심기, 함께 가꾸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