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노랗게 번지던 날, 채움뜰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졌고, 바구니마다 고구마, 감자, 배추, 토마토가 넘쳐났다.
땅속 깊이 숨었던 작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올해 고구마는 유난히 잘 됐네!”
어르신들의 얼굴엔 땀과 함께 뿌듯함이 번졌다.
젊은 주민들은 무거운 수확물을 옮기며 힘찬 목소리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수확한 채소와 과일은 마을 잔치의 식탁 위에 올랐다.
솥에서는 따끈한 국이 끓고, 옆에서는 갓 부친 부침개의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누군가는 음악을 틀었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다.
그날 채움뜰은 하나의 거대한 부엌이자, 모두의 거실이 되었다.
이 나눔은 단순한 음식 교환이 아니었다.
서문리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이 오고 가는 순간이었다.
함께 흙을 일군 기억, 씨앗을 심고 기다린 시간, 그리고 수확의 기쁨이 우리를 더 단단히 묶어 주었다.
해가 저물 무렵, 남은 작물 일부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졌다.
비록 작은 수확이었지만, 그 안에는 마을 전체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채움뜰을 ‘밭’이라 부르기보다 ‘마을의 심장’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