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를 달래는 오늘의 온도
아침부터 정신없이 일을 하고 돌아왔다.
출근길엔 햇빛 덕분에 세상이 또렷했는데
퇴근해서 돌아오는 길은 창밖이 까맣게 잠겨 있었다.
어둠이 하루의 끝을 데려왔다.
창가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버텨온 피곤함이 목구멍까지 밀려왔다.
몸이 아프다기보다, 고단함이 천천히 나를 덮는 느낌.
버스에서 내리니 차가운 공기가 입 주변을 스친다.
얼얼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이제는, 나를 위한 저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유가 있을 때는 음식 하는 게 참 즐거웠다.
팬에서 재료가 익으며 나는 소리, 색이 변해가는 풍경,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의 온기.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았다.
하지만 일을 하고 돌아온 지금은, 나를 위해 요리할 힘이 없다.
"피곤함.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짜증.
몸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귀찮음."
배달앱을 켜봤다 껐다 하다 결국 한숨만 나온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결국 침대에 잠시 누웠다.
고요한 밤, 어둠 속에서 잠깐 쉬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은 따뜻한 걸 먹자고.
추운 날엔 온기가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뜨거운 국물이 있는 한 그릇.
감자를 씻고 깎는다.
단단한 소리가 조용한 부엌에 맴돈다.
차가운 감자가 물속에 담기며 조금씩 포근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할머니 된장국이 그리워졌다.
오늘은 그걸 만들어야겠다.
익은 감자를 입안 가득 넣고 온기를 머금으면,
마치 세상에 굶주린 허기가 조금은 채워지는 듯하다.
오늘을 버틴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