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면 됐다, 엄마는

노모가 자꾸 작아지는 이유

by kerri

>> 병원 진료를 마치고 노모를 모셔다 드리던 날,
여전히 “저 앞에서 내려줘” 하신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늘어놓는 노모를 보며 나는 왜 자꾸 목이 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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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됐다, 엄마는〉



병원 진료를 마치고
노모를 차에 태웠다
집 앞까지 데려다 드리려 하자
손사래를 쳤다

아니나 다를까
집이 가까워지자
또다시 말했다
“그냥 집 근처에 세워줘
조금만 걸으면 되니깐”

나는 참았다가
툭 쏘았다

“아니 엄마는 왜 맨날 그래
그냥 타고 들어가면 되지!”

노모는 멋쩍게 웃으며
“괜히 너 바쁠 텐데…”
삼켜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한다

나는 신호에 걸린 차 안에서
괜히 음악 소리를 높였다
노모는 창밖을 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노모는 “고맙다, 미안하다”
두 말을 한 번에 꺼냈다
나는 그 말이
왠지 더 짜증스러웠다

“그만 좀 해 엄마
엄마가 남이야?
남도 집 앞까지 태워주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그렇게 말했지만
차가 돌아서는 순간
나는 또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오늘도 노모는
집 앞까지 태워다 준 딸에게
연신 인사를 하며
혼자 현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창문을 닫으며
끝내 웃어주지 못했다

왜 또 그러냐고
큰 소리를 하면서도
매번 노모의 뒷모습에
마음이 눅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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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린다.
잔소리처럼 뱉은 말들이 왜 꼭 후회로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늘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는데, 나는 끝까지 따뜻하게 말하지 못했다.

이 글은 그날, 내 마음속에 남은 작은 후회의 기록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정도면 됐다고 말해주는
노모의 존재에 대한 조용한 고백이다.

나도 엄마가 된 지금, 그 말이 결국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안다.
참 이상하다. 노모는 자꾸 작아지시고, 나는 자꾸 그 말들이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