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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균 May 29. 2024

민주(民主)와 대립하는 이념으로서의 자유(自由)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완독, 점심시간에 짧은 후기를 남긴다.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와 함께 청소년 필독서에 꼭 올라가 있고, 청소년은 커녕 리스트 작성자 자신도 읽지 않았으리라 확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책이 <자유론>이다. � 나도 딱히 읽을 예정이 없었는데, 영혼의 파트너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해서 만나서 술마실 때 안주 거리를 하나 늘리는 느낌으로 이 책을 집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무척 짧다. 형식적으로는 70년 정도가 되었고, 실질적으로는 그 절반인 35년 정도가 되었다. '민주'를 획득한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한국 사회는 '민주'를 지순의 가치, 혹은 유일한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도 한국 근대사를 돌아보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 '자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자유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반응은 두가지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자유가 민주와 같은거 아냐? 혹은 '신자유주의'를 연상하고 그거 우파 논리 아냐? 같은 반응이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다르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대립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유럽에는 왕정과 귀족정이 혁명 등을 통해 몰락하고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가 중요하게 부상했다. 소수(왕, 귀족)에 의한 독재가 사라진 이후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으로 왕의 자리를 대신했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맞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상적 도구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을 통해 사회가 합법적으로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한계를 밝힌다. 


<자유론>의 내용을 아주 거칠게 한 줄로 줄이면 다음과 같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인간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당연한 것 같은가? 일단 고개를 끄덕일만 하다면, 좀 다른 얘기를 해보자. 


지금으로 부터 10년전 쯤, 모 정부에서는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중독예방법이라는 법을 입안하려 한 적이 있다. 인터넷은 게임이 중독 물질이냐 아니냐를 놓고 뜨겁게 논쟁했다. 그 때 故신해철이 세상에 날린 일갈이 있다. 


"게임이 중독물질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게임이 중독물질이라고 한다면, 왜 개인에게 게임에 중독될 권리가 없는가?"


이것이 자유주의의 관점이다.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중독을 선택할 권리가 왜 나에게 없는가? 


이제 다시 <자유론>의 한 줄 요약을 돌아보면 이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킥보드를 이용자에게 헬멧 착용을 강제하고, 적발시 범칙금을 매기는 법안이 있다고 하자.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 피해를 입는 것은 나 뿐이다. (내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나와 충돌한 누군가가 더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는 킥보드 이용자에게 헬멧 착용을 강제할(범칙금을 매길) 권리가 있는가? 


정치의 본질은 세율을 0%에서 100% 사이 어딘가로 정하느냐의 문제이다,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치의 본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혹은 국가의 역할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개인의 권리가 최대화된(국가의 역할이 최소화된) 국가를 자유주의 국가라 하고, 개인의 권리가 최소화된(국가의 역할이 최대화된) 국가를 전체주의 국가라 한다. 이 개념은 진보/보수의 개념과는 또 다르다. 전체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기반으로도 가능하고, 공산주의/사회주의 기반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여튼 <자유론>은 자유주의의 초석을 닦은 책이다. 밀은 이 책을 통해서 시민이 누려 마땅한, 국가에 의해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권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밝히고, 논리와 예제를 들어 국가가 침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밝힌다. 


사실 추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일단 재미가 없다. 


문장은 텁텁하고 지루하고 했던 말을 또 하고, 계속 반복한다. 그럼에도 전체 5챕터로 이루어진 <자유론>의 1챕터는 일독을 권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정도는 교양으로 알아두는 것은 괜찮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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