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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은하 Oct 07. 2023

공간

우주개척

죽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당신들과 원수를 진 것도 아닌데


이제 이 세상에서는

그리운 당신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을 등지고

별들로 가득 찬 공간

끝없이 펼쳐진 별의 바다로

한 걸음 나섭니다



-    40 광년 거리의 트라피스트 항성 개척에 나선 우주 개척단원



우주공간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한다.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항성과의 거리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행성 중 물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먼 미래에 인류가 개척하게 될 행성이다. 
태양계 가장 가까이 있는 골디락스 존 가운데 생명체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 태양계로부터 40광년 떨어져 있는 트라피스트 항성계의 일부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먼 미래에 인류는 이 별을 개척하기 위해 지구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은 빛의 속도로도 40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의 공간이 주는 아득함을 극복해야 한다.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죽는 것도 아닌데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을 해야 한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찍어보자고 NASA에 제안했다. 이 엉뚱한 제안으로 인류는 최초로 외우주에서 보이는 지구를 목도하게 되었다. 너무나 작고 창백해 보이는 지구를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라 불렀다.
그는 이 사진을 본 감상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The Pale Blue Dot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주 개척을 위해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보게 될 지구는 바로 이 '창백한 푸른 점'이 될 것이다. 이 모습을 끝으로 그들은 지구에서의 모든 추억들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될 것이다. 
가끔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아득해지는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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