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생기가 남아 있지 않은 여자를
떠나지 않고 지켰다
홀로 고독과 싸우며
대답 없는 그녀의 말벗이 되어 주었다
여자는
그 남자가 곁에 있는 것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회색 빛 가스가 온 땅을 뒤덮던 그 날
우주로 나간 남자를 기다리다
그녀는 화석이 되었다
호흡도 감정도 사라진
돌아온 남자는
그 절망적인 고독을 마주하고
더 이상 여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재앙과 같은 가스가
온 행성을 덮어 올 때
그 남자는
그녀의 곁에서 나란히 손을 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영원히 하나가 되었다.
- 은하철도 999를 타고 화석 행성을 탈출하면서 본 마지막 모습
우리나라 40~50대의 감성에 주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소나기(황순원 작)와 은하철도 999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중 은하철도 999는 특유의 어두운 감성과 충격적 장면들로 어린시절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작품이다. 요즘 들어서야 이 작품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시절에는 아동용으로 방영되어 오랜 기간 또래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바로 화석 행성에서의 연인의 이야기였다. 화석화 가스 구름이 한 행성을 뒤덮은 날, 그곳에서 우주비행사인 연인을 기다리고 있던 한 여인은 그 자리에서 화석이 되어버렸고, 그 후 행성으로 귀환한 그 남자는 그 절망적 상황에 오열을 한다. 그때부터 그 남자는 그녀의 화석 곁에서 도굴꾼들로부터 그녀를 지킨다. 오랜 시간 후 다시 화석 가스가 그 행성으로 다가오고 있을 때 그 남자는 은하철도 999를 타고 그 행성을 떠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녀의 곁에 남아 손을 잡고 함께 화석이 되는 것을 택한다.
이 에피소드를 TV에서 처음 본 어린시절, 어린 맘에도 어떤 강렬한 슬픔의 감정을 느꼈고, 그날 이후 자주 비슷한 꿈까지 꾸면서 어린시절의 공상에서도 이 장면은 자주 등장을 했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알려진 동화 ‘은하철도의 밤’의 저자인 미야자와 겐지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일생을 고민했던 사람이다. 이 동화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년 조반니가 친구 캄파넬라와 은하철도의 여행을 하는 이 동화는 작가의 선한 마음과 함께 여름 밤의 공상을 한층 더 감성적으로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