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수작
큰 아이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어쩜 이리 찰나와도 같은 느낌이 드는지
분명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밥을 안치고 반찬을 준비하고
나름 바쁘게 도시락 사진도 찍으면서
아이를 배웅했었는데,
그 모든 시간들이 추억의 영화처럼
안경너머로 되감기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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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이런 행복한 시간들이
저에게 주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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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가 도시락을 잘 싸줄 수 있을까.'
'며칠 싸 주다가 그만두는 것은 아니겠지.'라며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어느 사이 브런치스토리에
도시락에 관련된 글이 꽤나 두툼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두툼함은 가끔씩
제가 학교를 다닐 때 엄마가 싸 주시던
도시락을 떠올리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모두 비슷한 반찬일꺼라는 생각이지만
계란도 얹어 주시고, 어묵과 소시지도 넣어 주시고,
김밥도 싸 주셨던 것 같은데
글을 쓰려고 하니 왜 이렇게 김치만 떠오를까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좋은 도시락이 아니라
노란색의 사각 스탠 도시락이 많았습니다.
'추억의 도시락'이라고 해서 음식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런 도시락이었죠. 반찬통은 하얀색 스탠통이었는데
가끔씩 김치국물이 흘러서 책이며 노트를 붉게 물들이기도 했고
그런 날이면 밤새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4교시 시작과 함께 모든 도시락은 난로 위에 올려집니다.
수업 중간에 도시락을 위. 아래로 교체를 해 주기도 했구요.
주로 난로 옆에 앉은 아이들이 담당을 했었는데
운 좋게도 제가 난로 옆에 앉을 기회가 종종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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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아련한 한 편의 수채화 같은데
우리 아이는 나중에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어떤 추억으로 제가 싸주던 도시락을 기억하게 될까요.
학교와는 다른 직장이라 느낌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제가 엄마의 김치를 늘 그리워하듯이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수작으로
아이의 가슴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by 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