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의 행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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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이 나의 볼을 간지럽히는 탓인지, 아니면
신체적으로 화장실을 가야 하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이 떠져서 휴대폰의 시계를 보는 것이 일상인데
오늘 아침은 분명 그 전날까지 괜찮았던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한참을 울었다.
울다가 옆으로 굴러서 겨우 침대를 탈출했는데
이런 것을 오십견이라고 하나
아니면 큰 병이 있는 것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 결과
수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어서 많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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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왜 이런 증상이 나왔을까
시간을 되돌려 생각을 해보니
전날 알바를 할 때 오른쪽 어깨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고,
그것이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심한 마음의 동요는 일단 멈춰졌는데,
그 원인을 찾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측은해지기도 하고 약간은 가여워지기도 하면서
이제는 나도 젊음이라는 몸에서 노인이라는 나이테로
그 두께를 넓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오늘 나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지면서 나와의 동행을 선택한 듯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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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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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1. 생각은 늘 청춘인 줄 알았는데
나의 몸이 이제는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하면서
죽음으로의 행진을 시작한 것이겠지.
2. 그 행진에 보폭을 맞출 시간이 되었고
행진이 마냥 힘들기만 할지,
아니면 행진의 마지막이 알차고 보람될지,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겨야 할 때가 된 것일지도.
3. 그래서, 삶이라는 행진의 마지막에서 나를 되돌아볼 때
후회스럽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를 떠날 보낼 모든 사람들에게도 축복의 말을
멋지게 남겨 주고, 훨훨 엄마와 아빠가 계시는
또 다른 세계로의 일주를 가뿐히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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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이 멋진 삶이겠지.
우리 엄마와 아빠도 그런 값진 삶을 살다가 가신거겠지.
하지만 나는 왠지 그 행진이 너무 짧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행진이 평탄한 길로의 여행 같은 도보였으면 좋겠고
그 행진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는 멋진 나였으면 좋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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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점으로
조금 더 성실히,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다른 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나의 경험과 체험들을 샘물처럼 흘려보내며,
내가 세상에 바람처럼 먼지처럼 다녀 갔다는 것을
그들의 마음속에 스치듯 알려 줄 수만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스쳤던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과 축언으로 이승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여행이었는지
그리고 그 여행으로 인해 나 또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일부라도 전해 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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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시인의 글처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소풍의 미래를 꿈꾸면서,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늘 마르지 않은 축복의 샘물이 가득하시기를....
by 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