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나이
돌아가신 엄마와 모임을 같이 하셨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니?"
"예, 아주머니도 잘 지내시죠?"
아주 오랜만에 긴 대화를 이어가던 중
나이 얘기가 나왔고 내 나이를 물어보시던 아주머니께서는
부럽다는 듯 말씀하셨다.
"좋은 나이네."
좋은 나이시란다.
15년 정도 차이가 나시는 것 같은데 아주머니께서는
아주 좋은 나이라고 하시면서 재미있게 살라고 말씀해 주신다.
.
.
순간 아주 오래전에 적어 놓았던 글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먼지를 털어내며 꺼낸 글의 첫 장을 펼치며 생각해 본다.
'그래 내 인생은 언제나 봄날이었지'
by 굥이
☆... 내 인생의 봄날 ...☆
봉성체를 다녀오던 날
누워 계시는 90이 넘으신 노모를 수발하고 계시는
65세의 며느님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이시다.
"꽃 같은 나이에 어쩌누
시아버님 때문에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요."
.
.
꽃 같은 나이시란다.
눈가에는 벌써 주름이 자글자글 선을 긋기 시작하는데
어른이 보시기에는 나의 나이가 한참 만개한 예쁜 꽃이시란다.
그래서 집으로 오는 길에 쇼윈도에 비치는
슬픔이 가득한 여인을 보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는데,
그 여인은 오히려 나의 시린 가슴을 안아주며 토닥토닥
아기를 재우려는 듯 토닥거리고 있다.
그런데 그 토닥임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봄날처럼 따스한
것인지, 혹시 내가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이에도
나의 봄날은 아지랑이처럼 아름아름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
앳된 20대의 청년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그 봄날이... 어른께서는 40을 넘긴
나를 보면서 느끼시나 보다.
그래...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늘 봄날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 경 2005.10.20 13:46
* 봉성체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우(환자. 움직임이 어려우신 어르신... 등)를 위해
신부님께서 직접 성체를 모시고 교우가 계신 곳으로 방문하시는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