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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일 Oct 27. 2023

모르는 곳에 가서 물건을 직접 보여주니 알려진 것

'이불보'라는 아이템이 알려지다

이불보


나는 우리 가게 물건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직접 세일즈를 하기로 결심했다. 대상 물건은 우리 양단으로 제작해서 이제 나온 지 얼마 안 된 이불보였고, 대상 장소는 침구점이었다. 참고로 이불보는 주로 혼수 예단 이불을 포장하는데 쓰이는 이불 보관함이다.


막상 모르는 사람한테 가려고 하니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조건에 안 맞으면 거절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니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침구점 사장님께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실 것을 대비해서 이불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도 숙지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알레르망이라는 유명 브랜드 침구점이었다. 그곳 사장님을 뵈면서 우리 가게의 이불보를 보여주었는데 사장님께서도 만족하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쓰시는 이불보랑 사이즈와 가격대가 조금 달랐다. 그래서 논의한 끝에 그쪽에서 쓰는 이불보 한 개를 빌려와서 그 이불보 사이즈에 맞춰서 우리 이불보를 새로 제작했고, 가격대까지 맞춰서 사장님한테 다시 갔다 드리니 사장님께서 그때부터 만족해하시면서 우리 이불보를 주문하시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장님께서는 다른 침구점에도 우리 가게의 이불보를 추천해 주셨고, 다른 침구점 사장님들한테도 주문 연락이 오면서 이불보가 여러 방면으로 나가곤 했다. 이렇게 한 군데를 알아놓으니 서로 연결이 되어서 온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용기를 내어서 도전해 본다면 가능하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거기다 사장님들마다 선호하시는 이불보 색상이 다양해서 그 색상 위주로 이불보 사진을 찍어서 사진샘플을 만들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샘플을 만들어 보내면 사장님들이 사진을 보고 주문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그리고 웬만한 서비스 업종들이 10번 하면 1번 무료 혜택을 주는 것을 참고해서 사장님께서 이불보 10장 이상 주문하시면 택배비는 내가 선불로 해서 택배비 서비스도 해주었다.




이렇게 우리 가게에 이불보라는 아이템이 알려지게 되자 모르는 침구점에도 알리기 위해 몇 군데에 직접 전화를 하기로 결심했다.


영업전화는 시간대가 중요하다. 출근시간인 오전에는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분위기다. 그래서 이 시간대는 피했다. 대신 점심 먹고 조금 느슨해지는 오후에 연락을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침구점에 직접 전화해서 정중히 인사드린 다음에 이불보를 쓰시는지 먼저 여쭈어 보았다. 기존에 쓰시는 이불보가 있거나, 우리 가게의 이불보에 관심이 없는 사장님은 거절하셨다. 관심이 있거나 쓰실 의향이 있는 사장님은 이불보 샘플 사진을 보내드리곤 했다. 덕분에 우리 이불보를 가끔씩 사용하는 몇몇 침구점도 증가했고, 나는 지금도 주문이 많이 오나 적게 오나 그 침구점 사장님들께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보통은 낯선 사람한테 전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낯선 사람들끼리는 서로 예측할 수가 없어서 경계를 하게 되고, 특히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은 낯선 환경에도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낯선 사람한테 전화해서 제안하다가 거절을 당하면 뻘쭘할 것 같아서 전화를 안 하는 경우도 종종 보곤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설령 거절을 한다고 해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대개 '다음에 생각 있을 때 연락 드겠습니다' 정도로 분위기 좋게 거절한다. 뻘쭘해할 것도 없다. 다음에 연락할 때 걸러도 되는 사람 한 명 발견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상대가 나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보다 내가 그 사람한테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거절당하는 한이 있어도 연락했다면 이미 첫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영역이고 그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대신, 준비는 내 영역이다. 그 사람한테 연락하기 전에 그 사람의 질문을 예측하고, 대답을 준비하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연락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밑져도 본전이라면 안 하는 것보다는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이 백배 천배 낫다. 그러다가 걸리게 되면 그 성취감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이자 동물의 왕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호랑이는 굶주리지 않기 위해서는 멧돼지, 사슴 등 먹이를 사냥해야 하는데 사냥성공률이라고는 고작 5~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은 10~20번 사냥을 시도해서 한 번 사냥에 성공하는 꼴이다.

호랑이 같은 정신으로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최소 하나가 걸리는 그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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