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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뿌니 Oct 11. 2023

4. 은퇴도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꿈꾸는 은퇴생활

<운동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려다 하늘을 보았다>


100세 시대는 유병장수라는 말이 있다

병을 갖고도 의학이 발달해 100세까지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노인들에게서 유행하는 9988124

99세까지 88 하게 살다 하루(1) 이틀(2) 아프다 죽자(4)라는 의미가 담긴 건배사이다


이렇듯 100세 인생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고 만약 50살에 은퇴한다면

50년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2월 24일 갑작스러운 학원휴원을 통보받고 망연자실했다

선불로 결제되는 학원비로 지난달의 운영비를 충당했던 학원운영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마이너스통장과 카드로 급한 수습을 하고 나서야 현재 내 상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원운영비는 한 달을 미리 당겨 쓰고 있었고 마이너스 통장에는 매달 500만 원이 대출 돼 있었으며

카드는 500만 원 이상 쓰는 달도 많았고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할부금도 남아있었다

아들은 수능준비 중이었고 저축은 한 푼 없었으며 몇천 투자하고 있던 주식은 마이너스였다


2020년 1월 학원인테리어를 부분적으로 새로 하고 프랜차이즈 교육시스템도 새로 도입하면서

대대적 광고까지 하며 강사도 한 명 더 채용했다

그나마 있던 몇천마저 학원에 재투자했다


코로나는 점점 심해지고 학원은 휴원을 반복하고 있었으며 이러다 학원도 문을 닫겠구나 하는

공포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60살까지만 하고 은퇴해야지 막연하게 생각하며 준비도 없이 살고 있었던 내 민낯이 샅샅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아빠를 잃어버리고 깜깜한 길 위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15년 전 이혼 할 때 캐리어하나에 내 옷과 간단한 짐만 챙겨서 집을 나올 때도 이렇게 막막하진  않았다


늘 그렇듯 최악을 생각하고 대처하자라고 마음먹고 하나씩 해결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한 달 미리 당겨서 쓰던 학원운영비를 정상화시키고 마이너스 통장을 없앴으며

카드사용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아들을 독립시키기로 결정하고 대학입학금까지만 지원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새로 채용한 강사는 석 달만에 퇴직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안살림을 당근에 팔고 버리기를 반복하며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




그렇게 막막했던 코로나를 이겨내고 한숨 돌리자 이번엔 병이 한꺼번에 든 것이다

대상포진과 고혈압진단을 받고 두 달 만에 학원을 정리했다

그리고 사업을 정리한 현금 1억 원으로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가 아예 은퇴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고 양희은 님이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데 자전거를 가르쳐 주고 수료증까지 주는 곳이 있어 배웠지만

결국 타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신 말씀이다

인생이 자전거처럼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만 가지 않는다

나도 자전거를 타보려고 배울 때 느꼈던 일이다

자전거가 내 마음대로 운전이 되질 않았


마음대로 안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내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로 당당히 걸어보자




은퇴가 불행일까?

은퇴는 불행할까?

은퇴 전문가들이 말하는 은퇴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돈, 건강, 외로움이라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생활의 불행을 예고하며 준비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은퇴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은퇴는 행복할까?

은퇴를 결정하기 더 쉬울까?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갑자기 닥치고 준비는 못했지만 은퇴가 하고 싶다

지금 나는 왜 100세 시대에 50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은퇴를 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이 파이어족, 조기은퇴를 꿈꾸는 건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되고,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것

내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물론 나도 같은 이유로 은퇴를 하고 싶


지금 행복한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은퇴는 적어도 죽는 날까지 돈걱정 없이 여행 다니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은 아니다


나에게 은퇴란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먼저의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채워진 모래가

새로운 시간들이 되어 모래줄기로 다시 흐르며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시간을 만들어준 것을 의미한다


그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크로노스를

기회의 의미 있는 시간 카이로스로 바꾸는 모래줄기인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니 처음 겪는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는 막상 닥치고 나면

예상했던 것보다 시시 할 때가 많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에서 <내다리 내놔>편이 가장 무서웠다  

시체의 다리를 잘라 도망치는 여자를 내다리 내놔하며 쫓아오던 시체가 너무 무서웠다

어른이 돼서도 그 무서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내다리 내놔하며 쫓아오던 시체가 나중에 이광기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 무서움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배우는 나에게 유쾌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실체를 알고 나면 공포는 사라지는 것처럼 남들과 다른 삶도 직접 살아보니 살만 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것을 즐기고 조금은 느리게 조급해하지 않으며

욕심은 버리고 생각은 가볍게 나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나에게 은퇴는 다가 올  30년 후 노후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준비하는 기회의 시간이길 바란다



 

퇴직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직장을 구하는 거라면

은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살면서 노후생활준비를 하는 기회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은퇴를 당하고 있는 중년들의 준비 없는 은퇴에 대해 불행하고 암울한 생활을

전달해 주는 유튜버들이 많다

그 반면에 50대 초반에 은퇴한 김민식 PD님은 은퇴는 축복이고 행복한 거라고 말한다

20대에 책을 읽고 월급의 반을 저축했고 그 돈이 은퇴를 하게 해 줬고

지금은 책 쓰고 강연하면서 번돈으로 사신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글을 써서 돈을 버는 분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국문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책을 출판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로 큰 수입을 내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책을 써보는 것이 꿈이었다

늘 몸과 마음이 바쁘고 힘들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지만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시간도 열정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도 열정도 생겼다


책을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이 돈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요즘

하루하루가 축복이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덕분에 에너지도 충전되고 있다


2012년 처음 배운 블로그에 학원홍보와 맛집 여행 글을 쓰면서 재밌었던 기억을 잊고 있었다

학원홍보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일처럼 했지만

블로그를 매일 포스팅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

글을 쓰면서 그때의 소소한 행복을 다시 느끼게 됐다




완벽한 은퇴준비를 하고 언제 쉼을 할 수 있을까?

축구경기에서도 전반전 후반전 사이에 쉬는 시간이 있듯이

인생이 끝나기 전 한 번의 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쉼을 안식년이라 생각했다면 1년 이상을 여행이나 다니던가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것으로 보냈을 것 같다 쉬고 나면 다시 일을 해야 하니 그렇게 보내도 그 시간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은퇴결심은 지금처럼 이 아닌 새로운 날들로 살아보자라고 결심하게 만들었다

인생 후반전의 전략을 다시 짜게 했다


50살 은퇴는 하고 싶은데 준비가 안 됐다면

먼저 은퇴 연습을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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