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집을 포기하고 자본투자를 선택했다
내가 꿈꾸는 은퇴생활
<매일 혼밥이지만 맛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까?
한 은퇴전문가는 현재의 생활비에서 주택담보대출이자와 자녀교육비를 뺀 금액의 2배가 들 거라고 예상한다
인플레이션과 여가시간이 많은 것을 고려한 것이다
어떤 조사에서는 은퇴 후 부부가 사는 데는 277만 원
혼자 살면 192만 원이 생활비의 최소 금액이라고도 한다
유튜브에서 60대 부부가 실제 생활비를 공개한 것 봤을 때는 300만 원이 넘었고
혼자 사는 60대 여자분도 2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그 금액은 집이 자가인 경우였고 의료비나 갑자기 지출될 수 있는 금액도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고정 생활비였다
여기저기 은퇴전문가들이 예상해 주는 은퇴 후 생활비는 상황이 각각 너무 달라서인지
나에게는 무의미했고 예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집도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자영업자 50살 이른 은퇴자 사례는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경우에는 국민연금 외에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있지만
자영업을 했던 은퇴자들에겐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은퇴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살고 있는 오피스텔 상가를 보더라도 노부부가 핫도그가게를 하고
60대 이상 보이는 남녀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직장인이었다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지만 다들 현역으로 일한다
자영업자들의 은퇴는 준비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하지만 그날, 그달 들쑥날쑥한 수입은 미래까지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고 아프더라도 끊임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은퇴준비는커녕 퇴직금도 없는데 현금 1억을 다 쓸 때까지
일 안 하고 쉬겠다는 미친 사람이 또 있을까?
현금 1억은 쓸 때는 적은 돈이지만 모으려고 하면 몇 년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큰돈이다
난 파이어족도 아니다 은퇴자금을 다 모으고 1억을 쓸 만큼 부자도 아니고 심지어 집도 없다
"일 관두고 뭐 할 거야? 여행 가려고? 세계여행?"
묻는 지인들에게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아무것도 그냥 멍하니 있고 싶어
1억 다 쓸 때까지만이라도"
어이없고 황당한 대답에 농담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은퇴하고 싶다... 은퇴해도 될까?
직장을 들어갈 때도 인턴을 하는 것처럼 은퇴를 하기가 두렵다면 은퇴하기 전에
연습을 먼저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으로 직접 은퇴한 것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이른 은퇴를 하고 남은 긴 시간 동안 돈걱정과 건강 고독을 이겨내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은퇴할 수 있을까?
4%의 법칙이 있다 매년 가진 돈의 4%를 원금 손상 없이 생활비로 쓸 수 있다면 은퇴가 가능하다고 한다
현 생활비의 두 배가 500만 원이라면 15억은 있어야 한다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최소한 얼마가 있어야 나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가장 큰 문제가 집이었다
생활비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기 때문이다
자가? 전세? 월세?
그것보다 어디에서 살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혼자 살려면 치안과 안전, 환경 그리고 편리함이 중요하다
이 조건은 아파트가 최고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한집에서 오래 산 적도 없다
계약기간을 다 못 채우고 이사하곤 했다
집이 불편한 것도 있었고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려고도 그랬다
한 번은 한 층에 세 가구 사는 구조였는데 우리 집 바로 옆집은 아버지와 아들 둘만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60대 아들은 30대~40대 사이로 보였는데 아들을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칠 때마다
의식적으로 내 눈을 피하는 모습이 뭔지 모를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곤 했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모르는 사람이거나 알고 지내는 사이라도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면
멀리하거나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그 남자만 자주 마주치게 되고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타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결국 이사를 했다
그때부터 옆집, 앞집에 누가 사느냐도 집을 구하는데 내겐 중요한 일이 됐다
아들을 독립시키고 따로 살게 된 첫 오피스텔은 욕실 하자를 고치는데 협조하는 조건이 있었다
관리소에서 시설물 관리하시는 50대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단둘이 4시간가량 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단둘이 있었던 상황보다 그 아저씨가 나를 위아래 훑으며 바라보는 눈빛이 싫었다
아는 지인과 4시간을 통화하며 그 시간을 견디면서 혼자 살아보겠다고 호기롭게 생각한 걸 후회도 했다
그곳에 산지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집주인이 집을 매매하고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해 가족들이 세를 주고 있던 오피스텔에
흩어져 살게 됐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모든 비용을 주겠다며 이사를 부탁했다
이건 하늘이 도운 것이다
난 바로 이사준비를 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옆집 문 여는 소리가 나면 한참을 기다렸다가
인기척이 들리지 않게 됐을 때 비로소 집을 나선다
택배가 문 앞에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가 울려도 밖에 인기척이 없어야 문을 열어 택배를 들여올 정도이다
내가 왜 이렇게 별거 아닌 일에도 예민 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싫고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오피스텔을 살면서 이웃에 대한 공포는 좀 사라졌다
한 층에 10세대 이상 살다 보니 엘리베이터 5~6대를 사용한다
불편한 이웃과 부딪치지 않아 편안하다
그리고 대단지 아파트와 혼합된 오피스텔은 특히 보안이나 치안도 안전하고
상업시설도 잘 되어있어 나에게는 최상의 주거지다
요즘 전세는 대출이자 금리가 인상하면서 월세와 큰 차이가 없다
월세를 선택한데도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세에서 월세로 이사는 의료보험을 8만 원 정도 줄어들게 해 주었다
자가로 살 경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써야 하고 재산세도 내야 한다
의료보험금도 매달 10만 원 이상 더 내야 한다
그리고 이사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 자유롭게 이사도 할 수 없다
자가로 살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기회비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해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큰돈을 집으로 깔고 있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집이 노후되면서 생기는 하자도 직접 고치고 관리해야 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이것저것 다 고려했을 때 오피스텔 월세가 가장 좋은 선택이다
그럼 나에게 맞는 최적의 평수는 몇 평일까?
15년 전 캐리어 한 개였던 내 짐은 12년 만에 33평 아파트를 꽉 채우고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살고 유지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집은 이젠 필요가 없다
학원을 운영할 때는 한 동네에 학원과 집이 같이 있었다
남들 눈도 있고 품위유지를 위해 좋은 집에서 갖추고 살았어야만 했다
아들을 독립시키고 두 번의 이사를 더 하면서 나 혼자 사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고르고 골랐다
버린 물건은 두 번 다시 사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유품정리하듯 공격적으로 물건을 없앴다
불필요한 물건은 한 개도 없을 정도로 탈탈 털어 정리했다
그렇게 남은 물건만으로 10평 오피스텔에 살기까지 3년이 걸렸다
30평대에서 20평대 그리고 10평대로 집을 줄이면서 이사했다
그 평수에 맞게 물건들을 없앴고 그 많은 물건을 없앴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사는데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집을 넓혀서 이사를 하고 그 집에 물건들을 채우느라 돈을 쓰고 살았을까?
또 그 물건들을 이사할 때마다 옮기느라 돈을 쓰고 그 물건을 채운 집을 치우느라
내 시간을 써버리고 살았을까?
물건들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사는 것도 힘들지만 버리는 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치는 지하철역과 공원 그리고 병원 쇼핑몰등이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다
평수를 줄이니 그 조건도 가능해졌다
주거비가 정해지고 그다음부터는 돈을 어디에 많이 소비하는지 찾아 고정비를 최저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매달 할부금과 약정들이 고정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적게 쓴 달도 고정으로 나가는 할부금으로 매달 적자였다
지금은 할부로 물건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다
약정이 끝난 정수기는 브리타로 바꿨다
공기청정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공기청정기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환기를 위해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문을 열어 놓게 되면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효과가 없어졌다
매달 나가는 돈도 문제지만 이사할 때마다 철거하고 설치하는 비용과 주기적으로 사람이 오고 가는 불편함이 싫었으며 그것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하고 4개월마다 청소하는 정수기의 위생도 의심스러웠다
2년마다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던 핸드폰도 장기사용하고 요금할인을 받는다
알뜰폰요금제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인터넷 TV를 같이 결합하고 통신사 장기고객에게 주는 혜택등을 잘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집과 자동차가 없고 수입이 줄어들자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몇십만 원이나 줄었다
이혼할 때 4~5개씩 들던 건강보험, 암보험, 연금저축보험, 종신보험, 실비보험을 암보험과 실비보험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었다
그중 암보험은 납입을 완납했다
그리고 두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하고 커트와 파마를 하고 있었다
염색과 커트만 할 때는 10만 원
파마를 할 때는 트리트먼트도 함께 하면서 20~30만 원을 쓰고 있었다
머리는 기르기로 했고 가끔 다듬는 정도의 커트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아예 자르지도 않는다
염색과 파마도 하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미리 사놓던 옷도 사지 않는다
출근하지도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지낸 지 1년이 넘으면서 6개월에 한두 벌 필요한 것만 산다
예전에는 예뻐서도 사고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사고 충동구매로도 샀는데 지금은 가지고 있는 옷을 점검해 보고 그 옷과 같이 입을 수 있으며 세탁이 편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산다
그마저도 꼭 필요한 지를 고민하고 그 옷만 산다
줄이기를 고민했던 것 중 식비가 있다
아들에게 2주에 한번 반찬을 만들어 주다 보니 식비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아들은 일이 더 바빠지고 집에서 보다 외식하는 날이 많아지자 만들어준 반찬을 먹지 못해
버려지는 일이 많아졌다
반찬은 한 달에 한번 김치종류의 반찬 2~3가지로 줄였다
급기야는 김치장인들이 만드는 김치를 소량 구입해 주고 만들기도 멈추었다
나보다 더 맛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내 식생활에서 반찬이나 김치를 먹지 않게 되면서부터이다
샐러드로 두 끼를 다 해결하면서 양념들을 사지 않게 되었다
한국음식은 만들어 먹으려면 고추장 된장 간장 마늘 파 양파 고춧가루 깨가루 설탕 참기름 등등
각종 양념이 필요하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고 국물요리와 짠 음식 위주다 보니 탄수화물 섭취가 자동으로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감히 양념들을 버리고 반찬과 국물요리를 하지 않는다
가끔 먹고 싶을 때는 사 먹거나 밀키트를 이용한다
한 달 식비와 외식비가 50만 원을 넘지 않게 됐다
영양제와 지병으로 먹는 혈압약 때문에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비 그리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해 4년째 납입 중이다 그렇게 월고정비는 250만 원이다
생활비 최저금으로 고정하기를 지속하기까지 코로나를 겪으며
갑자기 수입이 끊기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다
그럼 이 금액만으로 나머지 50년을 살 수 있을까?
65세에 국민연금과 연금저축펀드에서 100만 원 정도를 받는다면 나머지 100만 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있는 돈으로 3개의 오피스텔을 사서 하나는 내가 살고 두 개는 월세를 준다면
고정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계획에도 변수는 있을 것이다
집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죽을 때까지 돈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지금 은퇴 연습 중에 해야 할 마지막 숙제인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먼 미래를 예상하고 살았다기보다는 1년 2년 5년... 10년 이렇게 기간을 쪼개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가며 살 길을 찾고 대비했던 것 같다
아무리 모든 걸 계획하고 대비하려 해도 변수는 늘 있었고 그 변수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를 고민했다
지금 이 생활비로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매달 소비를 통제하며
미래의 나와 나누어 쓸 준비는 되어 있다
역시 돈은 많이 벌어도 많이 쓴다면 소용없다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내가 꿈꾸는 은퇴생활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