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는 나의 세상의 주인이었다.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솔직히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에서는 한 번 정도 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제가 미워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아버지였습니다. 지금은 그분이 많이 연로하셨고, 그분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도 그러실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책에서 제가 얼마나 솔직하게 제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때 소설로 표현해 볼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삶 역시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에세이의 형태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저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그때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점점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어가는 저를 보면서 문득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도 사랑을 받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분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저에게 그 사랑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몰랐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저의 이야기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의 저 자신을 돌아보며, 제가 어떻게 '아빠'라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보려 합니다. 그렇게 점점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저의 내면의 어린아이에게 "이제 아버지를 이해하자"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아버지를 엄청나게 잘못된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혼자 삼 남매를 키워야 했던 시절의 아버지는 대부분 비슷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 속에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보려 합니다.
이 책을 마칠 즈음에는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 책이 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