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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챌린 Oct 15. 2024

부동산에도 분산투자가 있다

17. 재개발과 상가투자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아파트, 상가, 주택, 건물뿐 아니라 재개발, 재건축, 토지까지 그 대상과 취득 방법이 다양한 데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등의 각종 세금, 전국 각 지역별 특색, 정부 규제나 정책, 은행 대출 등에 대해서 골고루 잘 알아야 한다. 


임차인을 구하게 되면 집 인테리어, 내부 수리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고, 상가의 경우에는 임차인의 사업 특성도 잘 알아야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영수사과 다 잘하는 전교 1등처럼 이것저것 다 알아야 제대로 부동산을 사고 관리하고, 좋은 가격에 팔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실거주할 아파트 하나에 갭투자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한 채 정도만 더 있어도 더 이상의 부동산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다. 의사 같은 전문직 또는 자기 사업이 명확히 있는 경우에는 내 건물에 내가 들어가 일하고, 나머지 층에서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건물 투자를 목표로 하기도 한다. 은퇴 후 내 건물 하나 사서 월세 받고 월급처럼 편하게 생활비 써야겠다는 생각에 건물주를 목표를 가진 사람도 많다.


대명씨는 뚜렷이 어떤 게 목표다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내 살 집이 필요해서, 남들이 다들 한다고 하니까 따라서 시작했고, 돈이 불어났고, 재미가 있어졌고, 든든했고, 덕분에 이제는 퇴근 후 육아가 아니라 퇴근 후 부동산이 너무 당연했다. 


아직도 임차인 관리는 너무 어렵고, 부담되지만 그것도 여러 번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하나씩 새로운 분야를 발견할 때면 대명씨는 자신도 모르게 도전 정신이 발휘되곤 했다. 뭐든지 시작이 어렵지 한 두 번 경험하고 나면 두려움의 벽이 낮아진다고 할까? 하나 둘 거래를 해보니 집 보러 가는 게 그렇게 설레고, 재미있고, 신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든든한 제2의 월급정도로 생각했는데, 자기가 투자를 하는 건지 새로운 취미 생활을 하는 건지 싶을 만큼 어느새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재개발, 재건축 대상 지역을 알아보고, 정부 규제나 동네 특성도 확인하면 문득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지리와 역사 과목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사 전공은 직업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했었는데, 지역에 주로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패턴을 알아야 좋은 땅과 좋은 집을 보는 안목도 생기고, 앞으로 재개발이 되면 어떻게 바뀔지 한 동네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 같아 재미도 있었다. 


당연히 매수한 물건의 거래가가 계속 올라가는 걸 보면 행복했고, 웃음이 절로 났지만 재산이 불어나 즐거운 마음과는 별개로 이 일이 적성에 잘 맞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여기가 이번에 사려고 하는 곳.”


대명씨는 인아씨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헉! 아직 사람이 살고 있는 거지?”


“응 그런데 곧 철거라 크게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아.”


“원룸 관리도 힘든데 여기는 여름에 겨울에 수시로 연락올 것 같은 상탠데?”


“다들 오래 산 사람들이라 그럭저럭 큰 문제만 없길 바랄 뿐이야.

사실 나도 약간 걱정이긴 한데 철거 날짜가 나왔으니까!

이주비 승계까지 확인해 봤는데 잘 될 것 같아.”


“동네가 다 철거니까 새 아파트에 완전 새로운 동네가 되는 거네?”


“응! 너무 신기하지 않아?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나 어릴 때 살던 동네는 어떻게 변했을까 갑자기 궁금하다. 거기도 여기처럼 골목골목 작은 주택들에 차 다닐 길도 별로 없었는데. 옆집이랑 따닥따닥 이어진 지붕도 생각나고.”


“그런데 살았었어? 거기가 어디야? 벌써 재개발되지 않았을까?”


“말 나온 김에 네이버 지도 검색으로 한번 보자!”


재개발 지역은 집을 보러 가는 것부터 상당히 고난도였다. 지역 전체가 대부분 좁은 골목길이고, 주택들이 규칙성 없이 지어졌기에 길이 복잡했다. 무엇보다 언덕 위 동네가 많았다.


“휴, 이거 체력전이네.”


한 여름 재개발 물건을 보러 가던 대명씨는 자신의 저질체력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살짝의 언덕길일 뿐인데도 땀이 흠뻑 났다. 네이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찾는 사람도 편하고 파는 입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까 더 좋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재개발은 실제 그 동네를 찾아가서 발품을 팔면 훨씬 좋은 물건을 더 좋은 가격에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주말 하루 시간 내서 찾아가면 혹시 모른다. 남들은 모르는 좋은 물건 하나 건질 수 있을지. 


그런 생각으로 대명씨는 관심 있던 재개발 지역으로 출발했다. 처음 갔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었다. 마실 물도, 편안한 신발도, 그리고 미리 연락되지 않은 부동산에 들어가 매물 좀 달라고 할 철면피 얼굴도 준비되지 않았기에 큰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몇 번을 거듭해서 매번 더 철저한 준비로 임장을 나섰다. 


얼린 생수 한통, 편안한 걸음을 위한 발 편한 워킹화에 부동산 소장님 드릴 비타 500 한 박스. 그리고 없던 매물도 만들어낼 친근한 표정과 둥글둥글한 말투를 장착하고 허름한 동네 부동산을 찾아 문을 두드리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렇게 들어간 부동산에는 온라인상에는 공개되지 않은 더 많은 매물들이 있었다. 드디어 동네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마당발 소장님을 만났을 때! 이미 반은 성공이다! 대명 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나름 공들여 임장을 하고, 공부를 하며 보람찬 마음으로 재개발 지역의 주택을 하나 투자하기로 했다. 

부동산 소장님 덕에 매수 협의는 잘 진행되었지만 계약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너무 싸게 파는 것 같다며 매도인이 계약 당일 내내 투덜대며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배액배상을 하겠다고 하지 않나, 또 그동안 대명씨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매도인과 잘 협조해 주던 부동산 중개사도 진짜 싸게 사는 거라며 좀 더 가격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어이없는 말까지 했다. 


그동안 지역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너무 싸지도, 너무 비싸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에 잘 협의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기분 좋게 나선 계약날이었다. 회사에 연차를 쓰고 무려 1시간이나 운전해서 왔는데 당일날 이런 태도를 보인 매도인과 중개인에게 너무 화가 났다. 결국 계약금 배액배상 하시라! 됐다! 다른 물건 사면 된다! 배 째라고 큰 소리를 내고 난 뒤에야 매도인이 사과를 했다. 아까워서 그랬다나 어쨌다나. 


후에 부동산에서도 연락이 왔다. 집주인이 하도 불평을 해서 자기도 장단을 좀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네 사람이라 한 번은 그렇게 편들어 줘야 자기도 그 동네에서 부동산 계속할 수 있다고. 젊은 친구에게 미리 말 못 하고 그렇게 해서 미안하다고. 나이 많으신 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대명씨는 사과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그 동네에서 또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얼굴 붉히는 일이 생겨도 서로 좋게 마무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앞으로 투자를 하다 보면 별일 다 있겠지? 휴우 휴우~ 심호흡!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자!’


재개발은 당연히 현재 가치보다 향후 가치가 높아진다. 주인도 그걸 알지만 처분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 프리미엄이라는 걸 붙여서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시세라는 게 결정되면 그 가격대로 계약 거래를 하는 것인데 이런 억지라니! 다 얘기를 끝내놓고 그것도 계약날에 이런 어깃장을 놓다니! 아휴!


매매 후 등기, 조합원 변경 신고, 그리고 이주비 승계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수고가 걸리는 일이었다. 계약날 그렇게 감정 상하는 일이 있었기에 괜히 샀나 싶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엔 시간이 가면 그런 일은 다 잊히고 좋은 기억만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드디어 철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는 이 정도면 많이 했고 잘했다 싶었다. 대명씨는 이제 자금도 없으니 한 템포 쉬어가면서 다른 분야나 공부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가, 토지 등은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승장일 때는 아파트만 해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데, 경기가 계속 지금과 같을 수는 없었으므로, 꼭 미리 공부해 두고 싶었다. 


마침 잘 알고 지내던 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대명씨~ 여기 상송 부동산인데요 잘 지냈어요? 투자금도 적고 괜찮은 자리에 상가 하나 나와서 연락했어요.”


주거용 임차에 비해 상가 임차는 상대적으로 집주인이 편한 투자처다. 내부인테리어도 알아서 할 것이고, 상가 관리사무소가 따로 있어서 불편한 것이 생기면 집주인이 아니라 그쪽으로 연락을 하게 된다. 즉, 투자금 대비 매월 들어오는 월세를 따져보았을 때 수익률이 그 지역 전체 평균과 비슷하거나 그 보다 높으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물론 현재 공실이거나 앞으로도 공실일 가능성이 높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출받아서 산 상가에서 월세가 없어서 대출이자도 낼 수 없다면 그건 절대 안 된다. 아파트나 주택처럼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많지는 않더라도 꾸준한 임대소득이 목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트렌드를 보면 상가는 매매가 오름폭이 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렇기에 막연한 희망과 가능성은 안된다. 데이터가 말하는 숫자도 봐야 하고 주변 분위기 파악이 필수다. 또 나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임대소득을 원하는지,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원하는지도 확실히 해야 한다. 


“여보, 나 대신 거기 상가 구경 좀 다녀와줄 수 있어? 평일에 한 이틀은 지켜봐야 하는데 회사 가야 하니까.”


“어딘데? 얘들 학교 보내고 가볼게. 근데 저녁에도 봐야 되지 않아? 얘들 하교시간에는 나 집에 와야 되는데.”


“평일 낮시간만 봐줘도 충분해. 내가 저녁시간은 퇴근하고 들러서 보고 올게. 이번 주말에도 좀 가도 되지?”


대명씨는 연락받은 상가의 주소지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았다. 주변 건물들의 최근 거래가격, 임차가격도 최대한 추측해 보았다. 계산상으로는 괜찮은데, 상가는 실제 장사가 잘 되는지가 중요하니까. 그래야 임차가 끊기지 않고 들어올 테니까, 주변 환경, 사람들 동선, 유동인구 파악을 꼭 해보고 싶었다. 남들은 배우자가 부동산 투자를 뜯어말린다는데, 인아씨는 자신을 지지해 주어 대명씨는 고마웠다. 필요할 때는 이렇게 도움도 요청할 수 있고. 다 그동안 투자 보고를 잘한 탓이다. 마이너스도 있고, 플러스도 있지만 퉁치면 플러스가 되는 보고의 기술이랄까? 


인아씨는 화요일, 그리고 금요일에 상가에 가본다고 했다. 월, 화요일은 주변에 쉬는 가게가 있어서 보통날의 분위기를 한번 본다고 했고, 금요일에는 점심시간 위주로 사람들의 상가 이용도를 살펴본단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어느새 인아씨도 대명씨의 부동산 투자를 보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매매를 검토하고 있는 상가 건너편에 작은 동네 커피가게가 있었다. 인아씨는 책 한 권을 들고 가서 길 건너가 잘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번화가가 아니라서 점심시간이나 금요일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아. 그래도 지하철 역 근처고, 아파트 쪽에 붙어있는 상가라 유동 인구는 항상 있고,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손님들이 꽤 있어. 오픈시간부터 점심시간 지나고 까지 쭈욱 비슷하게 사람들이 드나들더라. 


지금 있는 동네빵집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셨으니 쉽게 안 나갈 것 같고, 혹시 나가더라도 권리금은 꽤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다른 소규모 카페나 아니면 파리바게트 같은 데가 임차 들어오면 베스트일 것 같아. 옆 편의점도 아이들, 동네사람들 꾸준히 드나들고, 내가 앉아 있는 카페도 아줌마들이 오전 내내 꽉 차 있었어. 아파트 단지가 큰 덕에 이용 인구는 꾸준해 보여. 당신이 주말에 가보고 판단하면 되겠지만, 일단 평일에 내가 살펴본 바로는 꽤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위치인 것 같아.”


“주말에도 비슷한 것 같더라. 동네 장사가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된다는 얘기지. 코로나 때 죽은 상가들이 정말 많은데 여기는 대체적으로 잘 살아남았대. 다른 상가들도 장사한 지 오래되어서 쉽게 망하지도 또 크게 성공하지도 않는 생계형으로 잘 버티는 것 같아.”


“투자해도 괜찮다는 뜻인 건가?.”


“응! 아파트값 오르는 거 생각하면 상가는 시세차익은 별론데, 지금은 아파트에 투자할 돈도 없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갈 기회인 것 같아. 주식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듯이 부동산도 여러 가지로 분산해서 투자하면 좋겠다 싶었거든.”


작고 낡았지만 안정성 있어 보이는 상가투자로 대명씨와 인아씨 부부는 그들의 나름대로의 경험과 자산을 늘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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