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임신 기간은 배가 불러오는 아내를 보살펴야 하고, 입덧으로 짜증 내는 아내를 챙겨야 하고, 부부관계를 못 가져도 참아야 하고, 출산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고, 아빠가 된다는 생각으로 기대반 부담반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아내에게 임신 기간은 본인과 태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 지내는 살얼음판 위의 시간이다. 물론 아내가 24시간 내내 걱정과 긴장을 하면서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느껴지거나 나타나면 온갖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 24시간 출동 대기 시간이다.
보통 남편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당연히 출산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산과 조산의 확률이 높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우리나라 임산부의 유산빈도는 전체 임신 대비 30%에 달한다고 한다. 즉 임산부 3명 중 1명이 유산을 경험한다는 얘기이다. 유산은 주로 20주 차 이전에 발생하는데 그중 임신 4주 차에서 10주 차까지가 가장 위험한 기간이라는 통계결과도 있다. 또한 조산빈도는 전체 출산의 10% 내외이며, 신생아 사망률의 30%가 조산으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발표될 만큼 무시할 없는 확률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태아의 기형 발생 빈도는 2~3%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어 출산할 때까지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특히 WHO통계에 따르면 임산부가 만 35세 이상인 경우에는 고령임신으로 분류되어 유산이나 조산이 일반 임신의 2배, 기형아 출산 확률이 9배로 높아진다고 하니 임신하면 열 달 뒤에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유산과 조산의 추세가 매년 높아진다고 하니 남편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위험성과 발생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아내의 상태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내가 약간의 이상 징후라도 느낀다면 이를 단순한 임산부의 불편함으로 생각하지 말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거나 조치를 취하면서 출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아내가 이상 징후를 느끼고 남편의 근무 시간에 전화할 수도 있고 회식이나 저녁 모임 중에 연락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아내에게 가야만 한다. 이와 함께 남편은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임산 주차에 따라 필요한 칼슘, 엽산, 철분, 비타민 등의 영양제를 아내가 잘 복용하고 있는지도 신경 쓸 필요가 있는데 당연히 아내 스스로가 이러한 영양제들을 잘 챙겨서 복용하겠지만 곁에서 먼저 챙겨 주는 것도 남편의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아내가 노산인 상태에서 시험관 시술 시 착상 후 유산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임신 기간 내내 긴장의 연속인 시간을 보냈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에 대한 걱정을, 그리고 쌍둥이 임신인 관계로 임신 후기로 갈수록 조산에 대한 걱정으로 아내가 조금이라도 배가 뭉치고 그 시간이 늘어나면 병원에 갈 준비부터 했고 실제로 입원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아내가 임신성 당뇨 증상도 있었기 때문에 출산할 때까지 아내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의 임신 기간 중에 우리 부부가 같이 보면서 좋아했던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출산을 앞둔 산모가 병원에서 유산이라는 진단을 받고 오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와 아내 모두 드라마 속 산모의 심정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같이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후기 유산도 흔하지는 않지만 드물게는 발생한다고 하며 심지어 출산 전날 유산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열 달을 힘들게 품에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육아를 준비하며 아기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던 산모가 유산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 슬픔과 비통함과 절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함께 태아가 발육되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내와 태아가 그 과정을 모두 잘 이겨내고 아무 탈 없이 출산하고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임신 주차가 지날수록 아내의 임신도 일상이 되면서 임신과 출산의 위험성에 대해 둔감해지거나 무뎌질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출산하는 그날까지 아내를 잘 보살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