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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콩달콩대디 Jun 27. 2024

자기 완결적인 육아하기

육아가 시작되고 남편과 아내의 역할수행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아내의 불만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남편 혼자 알아서 하는 것이 별로 없다일 것이다. 본인이 맡은 일을 할 때 꼭 무언가를 빼놓는다거나 일을 시키면 중간에 꼭 물어보는 남편을 보면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육아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남편 입장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막상 혼자 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잘 생각이 안 난다거나 빼놓는 것이 생긴다거나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곁에 아내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아내와 함께 각자의 역할에 따른 육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내 도움 없이 혼자서도 완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마인드와 의지가 필요하며 이러한 마인드와 의지는 육아 상황 별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남편이 자기 완결 적으로 육아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아내 도움이 항상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아내와 동반자로서의 육아가 아닌 아내 의존적인 육아에 머물 수밖에 없다.


TV 프로그램 중에 남편이 아내 없이 자녀를 돌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랜 기간 인기가 있는 이 예능프로그램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과 함께 아빠 혼자 육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좌우충돌의 모습이 인기 요소 중 하나이다. 혼자서도 척척 육아를 해내는 아빠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빠가 혼자 아이를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쩔 줄 몰라하거나 실수를 연발하고 이러한 아빠를 보며 아이들이 귀엽게 반응하는 모습이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예능방송에서는 재미 요소일지 몰라도 현실육아에서는 아내의 분통 터짐을 유발하는 짜증 요소일 수 있다. 남편의 육아 참여는 아내와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남편이 자기 완결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항상 아내의 도움과 개입을 필요로 한다면 아내 입장에서는 육아에서의 모든 일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편이 육아를 할 때 본인의 역할은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내 지시에 따라 일을 하게 되면 아무리 반복적으로 그 일을 하더라도 자기 완결적으로 될 수 없을뿐더러 아내 도움 없이는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거창한 표현이긴 하지만 육아에서도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자기 완결적인 육아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육아를 하면서 항상 제대로 기억을 못 하는 것들이 있었다. 아기가 열이 날 때 해열제 교차복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기 증상 별로 어떤 약을 발라줘야 하는지, 외출 시 어떤 짐들을 챙겨야 하는지 등 내가 하더라도 항상 아내 도움을 받아서 했기 때문에 정작 아내 없이 혼자 하려고 하면 잘 모르겠거나 헷갈리는 것들이 있었다. 아마도 그런 일들은 아내가 주로 해왔고 내가 하더라도 아내에게 물어보면서 했기 때문에 굳이 알아야 할 것들을 외울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거의 모든 육아를 혼자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나 혼자 쌍둥이를 열흘 동안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기들이 22개월쯤 되었을 때 아내가 몸이 안 좋아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일주일간 친정에 가 있게 되었는데 공교롭게 그때 아기들이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다. 원래는 우리 어머니께서 집에 오셔서 애들을 같이 봐주실 예정이었는데 아기들이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오실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쌍둥이를 열흘 동안 돌보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몇 개월 전에 코로나에 이미 걸렸던 상태로 추가 감염 위험은 없었고 회사에 사정 얘기를 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되어 어쨌든 아기들을 돌보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열흘 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아픈 아기들을 혼자 돌보는 것은 말 그대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휴가가 아닌 재택근무였기 때문에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면서 아픈 애들도 돌봐야 하고, 동시에 모든 육아와 가사를 혼자 처리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을 혼자 어떻게 버텼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다. 다행히 쌍둥이가 크게 아프지는 않고 나았지만 열흘동안 아기들이 혹시나 갑자기 열이 오르지 않을까, 상태가 악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열흘간의 고군분투 후 아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쌍둥이가 엄마를 부둥켜안고 울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기들이 엄마를 보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나와의 열흘이 아기들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그 열흘의 경험을 통해 거의 모든 육아와 가사는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내도 한 적이 없는 열흘 동안의 쌍둥이 독박 육아를 어쨌든 해냈다는 자부심이 생겼던 것 같다.




<남편의 자기 완결적 육아수행 여부에 대한 체크리스트>

남편이 얼마나 자기 완결적으로 육아를 수행하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리스트를 내 나름대로 만들어 보았다. 아래의 사항들에 대해 아내 도움 없이 남편 혼자서 몇 개를 할 수 있는지 체크해 본다면 본인의 자기 완결적 육아 수행 수준을 간단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아기가 떼를 쓰며 울 때 달랠 수 있는가? (떼를 쓰는 이유 파악, 

2. 아기 식사(분유, 이유식 또는 유아식)를 준비해서 먹일 수 있는가? (신생아의 경우 식사 후 트림 시키기, 아기가 식사를 거부할 때 먹일 수 있는지 여부 포함)

3. 기저귀나 분유 등 아기용 소모성 육아용품을 혼자 주문할 수 있는가? (어디서 구매하는지, 어떤 제품인지 등을 모두 알고 있는지 여부 포함)

4. 아기와 한 시간 이상 같이 놀아 줄 수 있는가?

5. 아기가 열이 나고 아플 때 해열제 복용 및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가? (아기약 보관장소 파악, 해열제 교차복용 방법 숙지여부 포함)

6. 아기의 정기 검진 및 각종 예방접종 일정을 알고 있는가?

7. 공원 산책이나 반나절 외출 등을 위해 아기를 준비시키고 필요한 준비물을 챙길 수 있는가?

8. 여행이나 부모님 댁 방문 등 1박 이상의 외출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을 챙길 수 있는가?

9. 아기 빨래 세탁 및 정리할 수 있는가? (아기 옷장에의 정리 포함)

10. 아기를 목욕시키고 사후 정리까지 할 수 있는가? (아기 로션 바르기 및 옷 입히기 포함)

11. 아기를 재울 수 있는가? (양치시키는 것 포함)


'예'라고 체크한 항목 개수별 본인의 자기 완결 적 육아 수준

⦁ 9개~11개 : 자기 완결 적 육아 수행 중

⦁ 6개~8개 : 부분 완결 적 육아 수행 중

⦁ 1개~5개 : 아내에 의존적인 육아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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