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행복한 동물이야기 5화
생에 처음 사랑에 빠진 양이 있었습니다.
수줍음이 많은 양은 사랑을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 앞에만 서면 세상이 얼어붙고, 자신이 초라하게 작아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깊어만 갔고, 그의 아픔도 커져갔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알리진 못하더라도 그녀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찾아갔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나무뒤에서 해 질 무렵까지 그녀를 지켜보다
쓸쓸히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기를 몇 달째 되던 날,
그의 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트무늬가 몸에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녀를 보고 온 저녁에는 어김없이 하트무늬가 찍은 듯이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몇 달 후 그의 몸은 무수히 많은 하트로 덮여 버려,
자신의 짝사랑을 숨길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습니다.
온몸이 하트가 돼버린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로 달려갔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의 몸을 변하게 하였다며,
그녀 앞에서 멋지게 사랑고백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