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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순 Aug 01. 2024

관광객처럼 다니며 현지인처럼 먹다

오타루

오타루는 전형적인 관광도시다. 도시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으나 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기념품점과 오르골 전시실, 유명 과자점, 카페 등이 즐비하다. 동선이 단순한 데다 가게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니 동네 마실 다니듯 싸돌아다니며 기웃거려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오르골 기념품점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층 전시실에는 인형과 조명등이 있는데 이곳도 규모가 만만치않다 

낯익은 동네를 다니듯이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다가 지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검색된 맛집은, 오래된 목조건물에 ‘포세이돈’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일 층은 만석이고 이 층에 가니 빈자리가 꽤 있었다. 그나마 금방 차버려서 제시간에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 관광객은 거의 없고 일본인들이 대부분이다. 

대게살덮밥과 회덮밥을 시켰다. 회덮밥은 그릇 하나에 밥과 큼직하게 썬 회, 생새우 등을 넉넉히 얹었고 한쪽에 절인 생강과 와사비도 있다. 불편한 대로 아래쪽 밥과 위쪽의 회, 생강, 와사비를 잘 조합하여 즉석 회 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나의 화려한 젓가락질 솜씨도 한몫했지만, 회가 신선하고 밥도 고슬하게 잘 지어져 최고급 회 초밥을 즐겼다. 오래된 건물이라 허름한 데다 스포츠 선수의 낡은 포스터로 장식된 볼품 없는 인테리어에 잠시 실망했으나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인터넷 정보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소박해보이지만 회가 싱싱하고 큼직해서 푸짐하게 먹었다


내가 본 일본 식당의 공통점은 깔끔함이다. 환경미화 심사를 막 끝낸 교실처럼 구석구석 닦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식탁 위 작은 쟁반에는 소스 병이나 이쑤시개통등이 담겨 있는데 금방 닦은 것처럼 깨끗하다. 오래된 물건에는 오래된 먼지가 있기 마련인데 오래된 분위기 속에서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의 장점인 듯하다. 


 

노보리베츠와 삿포로 소바집 식당의 식탁 위 소품들.  오래된 것들임에도 막 닦은 것처럼 깔끔하다.

   

내리는 눈을 처음 맞은 곳은 오타루였다. 구슬 아이스크림같이 동글동글 뭉쳐진 눈이 내렸다. 이곳은 눈의 종류도 다양한가 보다. 눈이 살포시 내려앉지 않고 통통 튀기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하다.

오타루 운하를 걸으며 눈 치우는 광경을 봤는데 운하 옆 산책로를 확보하려고 눈을 퍼낸 다음 바로 옆 언덕으로 던진 후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을 두드려 다지고 있었다. 그래서 운하 옆에는 거대한 눈 언덕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타루 운하 옆에는 창고나 공장 등 오래된 건물들이 보존되어있다
오타루 운하 옆 오래된 건물들
오타루 운하 근처 오래된 건물들은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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