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성순 Nov 01. 2023

오래된 설화를 품다

푸카키 호수


 뉴질랜드에는 바다처럼 큰 호수가 참 많다. 특히 남섬은 빙하호 특유의 에메랄드빛 푸른색을 띤 드넓은 호수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마운트쿡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푸카키 호숫가에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수평선이 아스라이 보일 정도로 넓은 호수다. 보석처럼 투명한 호수의 물은 마운트쿡 정상에 쌓인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흘러든 것이다. 빙하가 조금씩 녹아 흘러 이렇게 거대한 호수를 이루도록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 그 기나긴 세월의 갈피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묻혀있을까? 마오리족은 푸카키 호수에 대한 오래된 설화를 갖고 있다.


 부부였던 하늘과 땅은 태초에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다. 자식이 태어나 점점 커지자 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이별의 슬픔에 하늘은 눈물을 흘리고 땅은 그 눈물을 받아 호수를 만들고 자식은 미안한 마음에 구름 속에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 마오리어로 마운트 쿡을 '아오라키'라고 하는데 '구름을 뚫은 산' 혹은 '구름에 숨은 산'이라는 뜻이니 마운트 쿡이 하늘과 땅의 자식인 셈이다.

하늘의 눈물을 담은 푸카키 호수는 태초의 설화를 품은 채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서있는 마운트 쿡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빙하가 녹으며 호수에 물을 보태고 있고 쉼 없이 흐르는 세월의 갈피 속에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쌓여간다. 호수는 태초의 설화를 품은 채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반짝이고 있다.


푸카키 호수는 멀리 마운트 쿡을 바라보고 있다

 

 푸카키 호수에서 마운트쿡으로 가는 길에 도로를 점령하고 이동하는 양 떼를 만났다. 도로변 풀밭과 왕복 2차선을 모두 점령하고 이동하는데 사람과 양몰이 개와 양들이 모두 느긋하다. 차들은 멈춰 서서 소풍 가는 어린애들을 보듯이 양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전 01화 행복은 꿈꾸는게  아니라 누리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