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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뚭씌 Oct 16. 2023

사랑의 기술_렛미인


사랑의 기술_렛미인

렛미인은 공포 장르이지만, 영상에서 느껴지는 것은 따뜻한 파스텔 톤의 겨울이다.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잔인한 장면 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속에 녹아있는 정서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호칸이 이엘리에게 보여주었던 희생에 놀랐다. 무엇이 호칸으로 하여금 평생을 이엘리를 위해 희생하게 만든 것일까?


이창우 비평에 따르면 마지막 장면에서 이엘리의 여행 동반자가 노인에서 소년으로 바뀌는 세대교체 현상이 일어난다.[1] 그렇다면, 이엘리의 여행 동반자로서 호칸도 소년이었던 시간이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소년이었던 호칸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엘리와 가볍게는 나이부터 시작해 정신 연령까지,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아버지처럼 보이던 호칸은 뒤늦게서야 이엘리의 동반자였던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호칸은 어떻게 이러한 차이를 감수하고, 평생을 이엘리 곁에서 머물렀을까?


이엘리는 죽어 있는 동시에 영원하게 살아가는 ‘부재-영원성’의 인격화된 현시이다.(이창우 302) ‘짐승-신(토템)’의 초인적인 신성을 가진 존재이다. 겨우 12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이끌림이 아니다. 이엘리에 대한 사랑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보호, 책임, 존경, 이해가 비롯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호칸이 이엘리를 위해 모든 창문의 틈새를 막아버리는 모습, 이엘리의 식성을 책임지기 위해 살인을 하는 모습 등 영화 속 많은 장면에서 이 4가지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엘리에게 피를 빨아 먹히고 죽은 호칸을 이어, 이엘리 앞에 새롭게 등장한 소년 오스칼은 사랑의 기술 안에서 이엘리와 함께할 수 있을까? 나는 영화 속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빛으로부터 욕조에 있는 이엘리를 지키는 오스칼의 모습, 캐리어에 이엘리를 보호한 채로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모습, 다른 존재여도 사랑할 것이냐는 이엘리의 물음에 답한 오스칼의 모습까지.


하지만 오스칼이 이엘리를 캐리어에 넣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장면은 어딘가 섬뜩하다. 바로, 위에서 언급하였던 ‘세대교체’ 때문이다. 그저 칼로 나무를 위협하는 것에만 그쳤던 오스칼은 호칸과 같이 사람을 찌를 것이다. 또한, 12살짜리 어린 아이는 성장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 늙어갈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여행 동반자로서의 오스칼이 아닌, 이엘리가 초인적인 신성을 가진 오스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오스칼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1] 이창우.(2009).〈렛미인〉의 ‘세계파괴’와 ‘운동’.문화과학,57(),3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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