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뭐 먹을 거야?’
수다를 떨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질문을 듣고 저는 바로 ‘피자!’라고 외쳤습니다. 파파존스 슈퍼파파스 피자를 입이 터질 듯이 가득 베어무는 상상을 하며, 입에는 침이 고이고 심장이 빨라짐을 느낍니다.
피자와 사이가 애틋해진 것은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방에서 자취를 하며 미술대학 4학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미술대학은 졸업 논문 대신 졸업 전시를 합니다. 1년간 졸업전시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거죠. 4년을 모두 정리하는 과정이어서였을까요. 졸업전시는 ‘사회로 나가려면 이 정도로 되겠어?’라는 으름장을 놓듯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학교 과실에 같은 배를 탄 40여 명의 졸업전시 멤버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바이크를 타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술과 담배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매일 야식을 먹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이때 주 메뉴는 피자였습니다. 당시에 살던 자취방 3분 거리엔 뽕뜨락 피자라는 작은 피자집이 있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치즈피자가 6900원 정도 했었는데요. 가깝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매일 자취방에 손잡고 같이 들어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인간에겐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방어기제가 있다고 합니다. 저에겐 머릿속에 ‘하기 싫음’이라는 거대한 글자가 새겨지면 열심히 두들기던 마우스와 키보드를 손에서 놓고 피자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피자를 먹는 게 제 방어기제였나 봅니다. 하기 싫음은 어김없이 매일매일 찾아왔고 피자집의 매출은 늘어만 갔습니다. 조용한 골목 한 구석에 있던 빨간 벽돌로 된 자취방 입구에는 피자박스가 2-30개씩 쌓여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왜인지 든든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저의 피자사랑을 알게 된 친구가 새로운 피자를 추천해 줬습니다. 이때 만난 게 바로 파파존스의 슈퍼파파스 피자입니다. 운명적인 만남이죠. 하지만 파파존스는 매일 먹기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할인을 받아도 동네피자의 4배 가격이었고 레귤러 사이즈는 1인피자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하지만 맛은 너무나 황홀했죠. 정말 심각하게 어려운 고민이 생기거나,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거나 할 때면 파파존스를 주문해서 작지만 알찬 한판을 다 해치우곤 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힘들 때면 피자를 먹습니다. 신기하게도 안 풀리던 일에 진전이 생길 때도 있더라고요.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눈빛엔 생기가 돌고 마우스와 키보드는 더 빨리 움직였습니다. 피자와 함께라면 뭐든 더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누구나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뜨끈한 라면과 김치를 말하는 친구도 있고 떡볶이를 외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혀에 느껴지는 맛 이상으로 무언가 더해주는 소중한 음식들이죠.
녹아서 제각각 앞으로 달려 나가는 찐한 노란색 치즈와 상큼한 토마토, 바싹 구워져 말려 올라간 페퍼로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피자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