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브랜드로 살아남기

생존 경쟁을 위한 진화

by 질풍검객

생존 경쟁을 위한 진화


좀 더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에 나의 두 번째 패션 경력을 위해 'EXR KOREA'라는 패션 기업으로 이직했다. 론칭한 지 3년 만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를 물리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EXR이라는 브랜드였다. EXR이라는 의미는 진화(Evolution)와 혁명(Revolution)의 영문 앞글자를 결합(X)한다는 의미다. 치열한 패션 브랜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었던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상품을 기획하고자 하는 철학이 담겼다.


EXR 브랜드는 일상복으로 입는 캐주얼웨어와 운동할 때 착용하는 스포츠웨어를 결합한 '캐포츠 브랜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전화와 컴퓨터를 하나로 결합한 IT 기술이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것과도 같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EXR 브랜드의 구성원들은 빠르고 유연했다. 패션 시장의 경쟁 브랜드를 철저히 분석했고 가장 잘 나가는 상품군을 조사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그 상품들을 이길 수 있는 신상품을 기획해서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NIKE, ADIDAS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직원들에게 충분기 동기부여가 되었다.


경쟁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루어졌다. 영업부서는 백화점팀과 대리점팀으로 나누어서 서로 매출을 경쟁하는 대립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야근은 생활화되었고 백화점이 끝난 이후에 매출을 확인해서 다음 날 대표이사에게 주요 매장의 매출을 보고해야 했다. 1등을 하지 못한 날이 있다면 반드시 그 이유를 명확히 알아내어 대표이사에게 보고할 수 있어야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하는 날에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욕을 먹어야 했다. 마치 군대와도 같은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영업부서에 살아남아야 하는 것도 숙제였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넘버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EXR은 중국과 일본까지 법인지사를 설립했다. EXR JAPAN 설립 준비를 위해 일본 현지에서 협력 파트너 회사가 한국에 왔을 때의 일이었다. 외국어고등학교 시절 일본어를 전공했던 실력을 발휘하여 일본인들과 함께 백화점 방문을 하며 시장조사를 돕기도 했다. 당시 호랑이 같던 대표이사에게 유일하게 칭찬받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나의 강점을 인정받았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공항으로 배웅을 갔을 때, 일본인 파트너 회사 대표이사로부터 EXR JAPAN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좋은 제안이었지만 그 기회를 잡기에는 일본어 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잘할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했다. 자기 신뢰는 세일즈맨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판다는 마음으로 업무를 할 때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의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했던 나. 그렇게 패션 브랜드에서 쌓은 경력은 훗날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을 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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