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담배를 물지 않는 것은 담배 개수 제한처럼 자기 통제의 결과는 아니었는데, 그 쯤 되면 속이 너무 울렁거려 더 이상은 참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진의 위는 매일 저녁마다 들이닥치는 술에 절어 있었고, 담배 두 대를 참아 줄 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 우진은 구역질을 참을 수 없을 때가 되면 담배꽁초를 대충 바닥에 내팽개치고 가까운 도로 배수구로 뛰어갔다. 그리고 시원스럽게 속에 든 것들을 모두 비워냈는데, 보통 안주로 변변하게 먹은 것이 없어 액체만 와악 쏟아 버릴 뿐이었다. 어쩌다 속이 덜 울렁거리는 날에도 담배를 한 대 다 태우면 도로 배수구에다 속에 든 걸 다 쏟아내 버렸는데, 습관적인 것도 있고, 예방적인 것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속이 시원해지는 구토를 즐기기도 했다. 예정된 구토를 시원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맥주를 자주 마셨는데 언젠가 이과두주만 먹은 날에 했던, 식도와 코 뒤쪽에 쩍쩍 달라붙는 구토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토를 하고 난 후에도 기분이 내키면 술을 다시 마셨다. 기분은 자주 내켰다.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별로 말리지 않았는데, 그가 토를 하러 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농담들을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자기는 토를 자유자재로 하는 개인기가 있다면서 말하자마자 토를 한다거나, 토가 너무 마려워서 당장 싸고 싶다면서 과장스레 허겁지겁 배수구로 뛰어가는 식이었다. 토를 하고 와도 분위기는 유쾌했고, 우진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몇 번 술을 같이 먹어 익숙해지면 그 술친구들에게는 그런 농담도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술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으면 우진은 항상 기억을 잃었다. 인사불성이 되어서 길거리에 쓰러져 자버린다거나 물건을 부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진은 그냥 좀 취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 다음날 우진의 머릿속에는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놀랍게도 우진은 뇌가 기억을 저장하지 못할 때에도 택시를 잡아서 탔고, 항상 집에서 눈을 떴다. 물론 눈을 뜬 그의 방이 그가 전날 집을 나설 때와 항상 같은 상태인 것은 아니었다. 어쩔 때는 달갑지 않은 액체를 방바닥이나 베갯잇에서 발견해야 했다.
그렇게 눈을 뜨면 그는 항상 아팠다. 그는 그래서 눈이 번쩍 떠질 때마다 기도를 했는데, 마치 주사위를 굴리는 것처럼 어떤 날은 덜 아팠고, 어떤 날은 더 아팠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그 전날 먹은 술의 양과 구토 횟수, 그나마 집어 먹은 음식의 양과 관련이 있겠지만 그가 눈을 뜨는 시점에서 그런 것들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덜 아픈 날에는 그래도 정오 정도가 되면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비록 덜 아픈 날이더라도 해장을 한답시고 라면이나 짬뽕 같은 걸 먹을 순 없었다. 그의 허약한 위는 그가 얼큰하게 해장 기분을 내는 것을 감내해 줄 여유가 없었고, 자극적인 음식에 우진의 위는 쉽게 경련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을 수는 없었다. 비록 덜 아픈 날이더라도 눈을 뜨고 잠시동안은 변기를 부여잡고 토악질을 해야 했는데, 그 상태에서 아무것도 마시지 않으면 탈수가 와서 덜 아픈 날에서 더 아픈 날로 하루가 변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포카리스웨트를 마셨다. 포카리스웨트로 뱃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악취와 침의 씁쓸함을 가리며 몸에 수분을 집어넣으면 컨디션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그래도 포카리스웨트로 대충 때울 수 있는 날은 좋은 날이었다. 대충 한 시 정도엔 학교 과방에 다시 앉을 수 있었고, 그의 일상을 한 바퀴 더 반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주사위가 항상 좋은 쪽으로만 구르는 것은 아니었다. 더 아픈 날에는 양상이 고약했는데, 일단 정오 전에 눈을 뜨질 못했다. 그가 아직도 술에 취해있는 상태로 눈을 뜰 때 시계가 어느 숫자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시계의 마음이었다. 시계가 심술을 부린 날에는 해가 뉘엿거릴 때 눈이 떠지기도 했다. 눈을 뜨자마자 변기로 뛰어가는 것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고통의 정도가 달랐다. 어떤 거한이 입을 통해서 몸 안으로 손을 넣어서 가슴과 윗 배 쪽을 주먹으로 꽉 쥐고 돌리는 것 같이 아팠다. 이 거한은 굉장히 무자비해서 더 이상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손의 힘을 풀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우진은 이자즙과 쓸개즙까지 모두 뱉어내야 했다. 이자즙은 노란색이고 쓸개즙은 초록색이다. 거한은 우진이 변기를 색색이 물들이면 그제야 그를 풀어줬다. 그는 새우처럼 등이 굽은 채로 변기 앞에 픽 쓰러져 침을 질질 흘리면서 남은 고통이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좀 잠잠해지면 일어나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셨다. 물론 거한이 그 한 번으로 마음을 만족해서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운이 안 좋으면 두 번, 세 번도 찾아왔고, 그럴 때마다 우진은 호되게 혼난 후 몸을 새우처럼 말아야 했다. 역겨움과 위통이 다 가셨대도 그의 즐거운 과방으로 돌아가 일상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었는데, 대부분 그때쯤이면 밖은 어두컴컴해져 있었고, 보이지 않는 손도끼가 그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은 그의 나약한 위장과 몸을 저주하면서 침대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