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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별냥 Sep 23. 2024

소소한 하루

4. 소소한 하루

 “무슨 일 있어?”

 

 다행히 모자에 표정이 가려져 녀석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그냥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른 것 같아서.


 “도와줄까?”


 “아니야... 나 혼자 할 수 있어.


 다행히 통증이 잦아들어가고 새봄이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어찌어찌 계단을 내려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 걷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이 상태로는 어딜 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자 할 수도 없고..


 “잠시 여기 앉아 볼래?”


 들킨 건 아니겠지?


 그 녀석의 말에 깜짝 놀라 쳐다보았는데 다행히 모르는 눈치인 것 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잠시 쉬는 게 우선이니 그 녀석의 말에 따라 조심스레 징검다리 앞 냇가의 넓은 바위에 앉았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청량감을 주었고 물속 풀들이 물살에 따라 춤을 추며 그 옆에 힘차게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보였다.


 그 녀석은 넓적한 돌을 집고는 물수제비를 띄었고 그 바람에 물고기들도 도망간다.


 “잠깐 기다려봐.


 몇 번 물수제비를 던지던 그 녀석은 갑자기 물가를 보더니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무릎 위로 올리더니 간단한 준비 운동을 하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냇가로 들어간다.


 “야, 차가워.”


 “이 정도는 괜찮아.”


 그 녀석은 걱정 말라며 새봄이를 보며 안심시켰고 잠시 주변을 보더니 냇가에 두 손을 모아 갖다 대더니 힘차게 들어 올리고는 새봄이에게 다가왔다.


 “두 손 모아봐.”


 그 녀석의 말에 새봄이는 손을 모았더니 그 위로 두 손에 있던걸 옮겨주었다.


 “한번 봐봐.


 처음에 웬 물을 주지하며 의아해했지만 자세히 보니 작은 물고기가 있었다.


 “이게 야?”


 “송사리. 혹시 처음 봐?”


 “응. 이게 송사리구나. 신기하다.


 “와, 어떻게 송사리를 몰라?”


 “모를 수도 있지. 책이랑은 다르잖아. 이렇게 작을지 어떻게 알았겠어.”


 툴툴거리며 다시 보는데 손을 톡톡치고 있는 작은 물고기가 귀엽고 신기해 보였다.


 새봄이의 손 사이로 물이 똑똑 떨어지자 송사리가 돌아다닐 공간이 점점 줄어갔다.


 “어디 담을 게 있나 볼까?”


 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새봄이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냇가로 가서 송사리를 놓아주었고 그런 새봄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혼자 있기 답답하고 외로울 거 아니야. 눈으로 담았으면 됐어.”


 새봄이는 괜찮다는 듯이 애써 웃어보았고 그 녀석은 알겠다는 듯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았다.


 순간 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더니 모자가 냇가로 날아갔다.


 “앗, 내 모자.


 어쩔 줄 몰라하는 새봄이를 보고 그 녀석은 떠내려가는 모자를 낚아채더니 돌아오려는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더니 첨벙 물에 빠졌다.


 “야, 괜찮아?”


 “다행히 안 놓쳤다. 근데 모자가 물에 젖어서 어쩌지?”


 “그게 뭐라고. 어서 나와. 그러다 감기 걸려.

 

 “너 되게 나 걱정한다?”


 “웃.. 웃기지 마. 나중에 감기 걸리면 내 탓 할거 아냐.”


 “앗, 들켰네.”


 그 녀석은 머쓱한 표정을 하더니 물에서 나와 모자에 묻은 물을 툭툭 털고는 새봄이에게 전해준다.


 “자, 여기”


 “감기 걸리겠다. 어서 돌아 가자.


 새봄이는 놀라 소리쳤고 그 녀석은 자기 몸을 한 번 보더니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이만 들어가고 내일 다시 놀자.


 “아니, 노는 게 뭐라고.. 빨리 가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아쉽긴 했다.


 얼마 만에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야 한다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모자를 움켜쥐고는 터벅터벅 걸으며 펜션으로 돌아왔고 그 녀석은 다음 날 점심 먹고 만나자며 문 안으로 보낸 후 집으로 들어갔다.


 “너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야? 교복은 또 뭐고. 꼴이 이게 뭐야?”


 “아... 아무것도 아냐. 어서 들어가자.”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걱정된 새봄이었지만 큰소리가 몇 번 들왔지만 집안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무슨 대화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에휴, 혼나는 거 아니야? 아니, 내가 왜 그 녀석 걱정을 하는 거야? 지가 멋대로 굴어 놓고....’


 ‘아니지.. 그래도 모자도 주워 주고 그랬는데... 그래 이건 그냥 감사함에 느끼는 거야.’


 새봄이는 주먹 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애써 고개를 젓다가도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잘 다녀왔어? 금방 들어왔네.”


 “네? 네 뭐..”


 “어디 다녀온 거야?”


 “아니 그냥.. 마을 구경 좀 했어요.. 아 피곤하네..”


 TV를 보시던 부모님은 새봄이에게 질문했고 새봄이는 당황해 대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는데 어제와 달리 조금 신나 보이는 가벼운 발소리였다.


 아빠에게 이야기를 들어 미리 알고 있었지만 엄마는 대화도 해볼 겸 새봄이를 따라가려 했지만 아빠가 붙잡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지어본다.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렇지만..”


 “얘기해 줄 때까지 좀 더 기다려봐. 저리 신나 하는데”


 엄마는 아쉬웠지만 아빠말대로 오랜만에 보는 새봄이의 밝은 모습에 위안 삼아 참아보기로 한다.


 저녁을 먹고 약도 잘 챙겨 먹은 새봄이는 침대에 누워 빨리 내일이 오기를 바라면서 눈을 꼭 감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자꾸만 뒤척였다.


 아까 찍은 풍경과 그 녀석 사진을 보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잠을 설치다 겨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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