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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별냥 Sep 22. 2024

그 녀석을 만나다.

“누.. 누구야?”     


 “못 보던 앤 데 여행 왔어? 꼬맹이?”


 “여행 온 것은 맞지만... 근데 내가 왜 꼬맹이야?”


 “그네에 발이 안 닿길래 꼬맹인 줄 알았지.”


 언제부터 본 걸까?


 새봄이는 닿지 않은 발을 보더니 부끄러운지 벌떡 일어났다.


 “몇 살인데..... 요?”


 “나 열일곱.”


 “뭐야, 꼬맹이라고 놀리기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더니 똑같잖아?”


 “그래? 우리 동갑이니 친구 하면 되겠다.”


 “누.. 누구 마음대로?”


 “그래? 그럼 나만 친구 하면 되지 뭐”


 “풋, 그게 뭐야.... ”


 새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자신의 반응에 놀라 고개를 휙 돌리며 애써 무덤덤하니 아닌 척한다.


 “여기에 이사 왔어?”


 “아니. 놀러 왔어.”


 “심심하지 않아?”


 “아니, 안 심심한데?”


 새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새침 거리며 이야기한다.


 남자애는 잠시 뒤를 돌아 집과 하늘을 한 번씩 보더니 다시 새봄이에게 말을 건네었다.


 “오늘은 좀 안될 것 같고 내일 또 놀러 올게. 반가웠어 꼬맹아.”


 ‘뭐지 저 녀석? 불쾌해.’


 “꼬맹이 아니라고 그리고 누가 논대? 오지 마.”


 새봄이는 화가 나 툴툴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갔고 남자애는 즐거운지 지긋이 미소 짓는다.

    

 쿵쿵 발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새봄이를 보더니 엄마는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봄이는 급히 2층 계단을 올라가고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방 안으로 들어간 새봄이는 조심스레 창밖으로 아까 남자애가 있던 담벼락을 보는데 그 녀석이 자신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순간 놀란 새봄이는 커튼을 치더니 침대로 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생각한다.


 ‘뭐 저런 무례한 녀석이 다 있어.’


 툴툴대며 중얼거리지만 순간 꽃비가 내리면서 그 아이의 미소가 떠오른다.


 현실을 자각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리고 그냥 꽃이 예뻐서 그런 거라 합리화하면서 이불을 손으로 꼼지락 거린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네.. 뭐... 어차피  떠날 거니까.. 앞으로는 볼 일도 없을 텐데..’


 뭔가 아쉬움이 들었지만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 마음먹고는 잊어버리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다음 날 아침, 새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커튼을 열고 조심스레 창밖으로 그 애가 온 담벼락을 빼꼼히 보지만 아무도 없자 내심 서운해한다.


 ‘쳇, 없네. 뭐야? 나 지금 그 애 기다리는 거야? 정신 차려. 또래랑 이야기한 지 얼마나 오래됐으면.. 그래,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 거야. 이제 적응도 하고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해야 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얼버부리며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이 나가서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며 산책을 한다.


 새봄이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고 있다는 듯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척 하지만 자꾸 담벼락에 시선이 가더니 그 주변을 괜스레 서성인다.


 마당을 돌았다가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하기를 반복하였다.


 “딸, 무슨 일 있어?”


 “네?”


 “자꾸 밖에 왔다 갔다 하길래”


 “아.. 아니에요. 여기는 전파가 안 터지나..”


 새봄이는 애써 핸드폰을 들고 전파 찾는 척하다 자연스레 방으로 들어갔지만 이내 부끄러웠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방에 침대로 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괜한 이불을 발로 툭툭 차며 민망함을 날리려 했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하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순간 잠이 들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라 일어나 창밖에 담벼락을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쳇, 거짓말쟁이.”


 “내가 잠깐 잠든 동안 안 와서 간 거 아닐까? 왜 그때 잠이 들어가지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조금 더 기다려보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어제 무례하게 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괜히 기대했어..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마당 그네까지 나와 있었다.


 그네에 털썩 앉아 발로 바닥을 차면서 툴툴거리며 화를 삭인다.

 

“꼬맹아 안녕?”


 어느새 왔는지 그 녀석이 와서 새봄을 또 놀린다.


 반가운 목소리에 화난 것도 잊고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아차 싶어 표정 관리를 하고 새침한 눈빛으로 담벼락을 쳐다보는데 녀석은 교복을 입고 어제처럼 새봄이를 보고 있었다.


 ‘아, 학교.. 그렇지, 맞다. 학교구나!


 학교간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잊고 있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잊은 건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자 안심이 들었지만 모른 척하며 째려보더니 대답한다.


 “꼬맹이 아니라니까.”     


 “미안 늦었지? 나 기다렸어?”


 “누.. 누가 기다렸데?”


 “아 그래? 난 기다렸는데.”


 “무슨.. 없더구먼.


 “나 기다린 거 맞네?”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부끄럽고 민망해졌다.


 “그... 그냥 아까 잠깐 나올 때 봐본 거지. 기... 기다린 건 아니야.


 ”그래? 아직 마을 구경 안 해 봤지? 우리 산책 갈래?”


 “내... 내가 왜 너랑....”


 “여기 놀러 온 거 아니야? 아는 사람 없는 거 같은데 심심하지 않아?”


 “아니거든? 나 완전 잘 놀고 있거든?”


 “여기 밖에 재밌는 거 많아.”


 “뭐... 하지만.. 난 나갈 수가 없어..”


 “왜?”


 “그... 그건..”


 “꼬맹이 맞네. 혼자서 나가지도 못하고.


 “아니라고.


 “허락받고 와. 오늘은 늦었으니 멀리 안 나갈게."


 “내... 내가 왜?"


 새침데기처럼 쏘아 낸 말과 다르게 어느새 새봄은 집으로 들어가 모자를 챙겨 쓰고는 부모님께 잠시 마을 구경한다 하고 밖으로 나가는데 얼마나 빨리 나갔는지 부모님이 물어볼 새도 없이 나갔다.


 "여보, 방금 우리 새봄이 맞아?"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하는 부모님은 놀라서 창밖을 보니 새봄이가 또래 남자와 있는 걸 본다.


 아니? 여보 따라가 봐야겠어.”


 “거리를 두고 따라가 봐요. 들키지 않게..


 “다녀올게.”


 새봄이 아빠는 놓칠 새라 재빠르게 밖으로 나가고 엄마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가 갑자기 현실을 자각하고는 민망해서 웃는다.


 “왔어?”


 “뭐. 그렇게 부탁하는데 내가 또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지라.”


 “이거 영광인데?”


 “그러니 잘 안내해.


 “가자.


 여행 와서 펜션 밖으로 처음 나온 거라 새봄이는 몹시 들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신나 하지만 그 녀석에게 들킬까 봐 쳐다보는 것 같으면 괜스레 관심 없는 척했다.


 길을 따라가다 모퉁이를 돌아 아래로 내려가니 조금 멀지 않은 곳에 징검다리가 있는 시냇물이 보였다.


 굽이 흘러가는 시냇물을 보니 설레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핸드폰을 꺼내 이 풍경들을 사진 찍는다.


 그런 새봄이의 표정과 행동이 귀여웠는지 그 녀석은 피식 웃고는 먼저 돌계단을 내려가 징검다리 근처로 간다.


 새봄이는 내려가 있는 그 녀석을 풍경과 함께 실수로 찍혔다는 듯이 몰래 사진 찍고는 들킬 새라 후다닥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따라가려는 순간 갑자기 복통이 오더니 배를 움켜쥐었다.


 ‘윽..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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