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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별냥 Sep 28. 2024

작별, 약속, 편지

 타닥거리모닥불처럼 뜨거워진 마음에 한껏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차 한 잔 하면서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런데 우리 딸.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게 된 거야?”


 “그건...”


 “그 친구 덕분인가?”


 “네.. 뭐.. 그런가요?”


 “그럼 여기 오기 전에 비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던걸?”


 “그 친구에게도 고맙다고 해줘야겠네.”


 “같이 한번 봐볼까?”


 “아.. 아니에요... 무슨.. 바빠요.”

  

 순간 얼굴이 빨개진 새봄이는 들킬세라 고개를 휙 돌렸고 그런 새봄이를 보며 부모님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요 며칠 엄마 아빠보다 그 친구랑 어울려 놀길래 내심 서운하기도 했는데 우리 딸에게 용기를 주었으니..”


 “몰라요..”


 “애 민망하게. 그리고 당신은 그 남자애 별로라 했잖아.”


 “아니, 그땐.. 그놈 아니 그 녀석이..


 “잠깐만, 그 애가 남자인 건 어떻게 알죠?


 “앗...”


 엄마 아빠는 순간 들켰다는 생각에 눈치를 보고 새봄이는 살짝 노려본다.


 “헛헛, 우리 별이나 볼까? 확실히 도시를 벗어나서 그런가 별들이 잘 보이네.


 “이렇게 별이 많은 건 처음 보는 것 같네, 그렇지 새봄아?”


 “뭐... 그렇다고 해두죠.”


 엄마 아빠가 말을 넘기자 속아 넘어 주기로 하며 고개를 들고 밤하늘에 수놓아진 반짝이는 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별들 사이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자 가족들이 놀란다.


 “어? 별똥별 별똥별, 소원 빌어 어서”


 아빠의 말에 다들 다급히 손을 모아 기도한다.


 ‘제발 제 병이 다 낫게 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 이곳에 놀러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아. 음... 어....”


 “아, 아빠!”


 새봄이는 아빠를 보며 손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배시시 웃는다.


 “당신 소원 못 빌었지?”


 “갑자기 지나가니 당황한 바람에... 다음엔 꼭 빌게.”


 “그럴 줄 알았어. 어서 빨리 하늘 봐.”


 “아빠 저기 또 떨어져요.”


 아빠는 다급히 소원을 빌고 만족하는 듯이 고개를 든다.


 그 모습을 본 엄마와 새봄이는 마냥 웃기만 하고 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화목한 가족이었다.


 새봄이는 여행을 외서 동우를 만나고 멋진 추억도 만들고 부모님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다.


 비록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 희망이 생겼기에..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은 가족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돌아갈 날이 되었다.


 방에서 천천히 짐을 싸던 새봄이는 창문 밖으로 담벼락을 보지만 동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인사도 못하고 가겠어..’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오며 마당을 지나 대문을 나서고 아빠는 새봄이를 보자 손에 들고 있는 짐을 자연스레 가지고 간다.


 “이제 출발할까?”


 “네? 네.. 엄마..”


 엄마 아빠는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었고 새봄이는 한쪽 발뒤꿈치로 땅을 툭툭차면서 계속 동우네 집을 보았지만 여전히 닫혀 있는 대문을 보고는 섭섭한 마음을 갖고 단념한 채 차에 타려 문을 열었다.


 “윤새봄”


 동우의 부름에 차를 타려던 새봄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뒤돌아본다.


 “헉헉. 다행이다. 헉헉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네..


 저 멀리서부터 헐레벌떡 뛰어나온 동우는 새봄이에게로 오더니 숨을 한참 고르고 있었다.


 새봄이는 기쁨과 동시에 속상함이 들어 괜스레 마음에도 없는 화를 냈다.


 “뭐야? 왜 이제야 온 거야? 어제도 한 번을 안보이더니...”


 “미안. 잠시 어디 좀 다녀오느라 못 나가게 해서 겨우 허락받고 나왔어..”


 “쳇. 밖에도 못 나가고 네가 더 꼬맹이다.”


 “그러게. 이거 한방 먹었는걸?”


 애써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동우였다.


 “약속 잊지 않았지? 건강해져서 크리스마스 저녁에 만나자는..


 “응? 그렇지만..”


 “꼭 만나자.”


 망설이는 새봄이의 표정을 보고는 불안하지 않게 동우는 자신감을 갖으라는 듯 약속의 말을 건네었다.


 “흥.. 그... 전화번호 알려줄래? 연락할게..


 새봄이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조심스레 전화번호를 요청한다.


 “전화번호?”


 잠시 동우는 고민하더니


 “에이 무슨 전화야..”


 새봄이는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편지해 편지.”


 생각지 못한 동우의 말에 눈이 커졌다.


 “편지?”


 “응. 우리 집 우편함이 늘 심심하더라고. 그리고 오더라도 나한테는 안와 편지가... 그러니 네가 써줘~”


 “그러기엔 시간이 많아 걸리잖아..


 “편지를 오기만을 기다리다 보면 우리 약속한 날도 금방 오게 될 거야.”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고.. 그게 뭐야.”


 “잠시만~”


 동우는 집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쪽지를 새봄이에게 건넨다.


 “꼭 편지해.


 “알았어.”


 “안녕~”


 새봄이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자동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뒤를 돌아보니 동우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새봄이 가족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딸 다 컸네.


 “아니에요.”


 부끄러운지 이내 고개를 숙이더니 동우가 건네준 주소가 적힌 종이만 만지작거린다. 그리고는 창밖에 보이는 벚꽃을 보더니 미소 지으며 신나는 목소리로 얘기한다.


 “아빠. 크리스마스쯤에 우리 또 놀러 오면 안 돼요?”


 엄마 아빠는 서로 쳐다보더니


 “그럼 또 오자.”


 하며 반갑게 약속한다.


 “그때는 그 아이도 초대할까?”


 “좋은 생각인데?


 “아.. 아빠...”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병원 생활을 하던 새봄이에게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여행이 좋았나 보네요. 안색도 많이 좋아지고 수치도 저번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에 새봄이와 부모님은 몹시 기뻐하였다.


 “지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주어 기특하구나.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네.”


 새봄이는 이전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말과 행동이 달랐던 모습과 달리 진심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생각이 변하니 건강도 조금씩 변화되었다.


 이 소식을 동우에게 알려주고 싶어 바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쓰다가 창밖을 보면서 동우와 함께 했던 벚꽃 드라이브, 냇가의 추억, 손잡고 뛰어다녔던 추억들을 회상하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몰래 찍어뒀던 모습도 가끔씩  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같이 사진 찍은 게 없네..’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음 크리스마스 때 같이 찍어보기로 기대하며 창문 밖을 보면서 소식을 전해줄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려본다.


 동우의 편지에는 명언이나 짧은 글귀를 담아 쓰기도  해내고 자연 풍경이 담긴 엽서, 종이학, 네잎 클로버 같은 희망을 담은 조그마한 선물도 가끔 들어 있었고 했다.


 가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편지를 주고받는 그때가 가장 마음이 들떠 있었고 편지가 안 오는 공백기간 또한 동우가 얘기한 대로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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