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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별냥 Oct 02. 2024

너의 봄 나의 겨울

 밖에 잠시 나갔다 들어온 동우의 형은 문을 열자 쓰러져 있는 동우를 발견했다.


 “동우야, 동우야 정신 차려봐.”


 그렇게 동우는 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며칠을 잠들어 있었다 깨어나게 되자 동우의 가족들은 안도하였다.


 동우는 새봄이와 같은 병원에 있었지만 들키지 않으려 피해 다니며 멀리서 지켜보았다.


 새봄이와 약속한 편지를 계속 주고받기 위해 한동안 형에게 집으로 오는 우편물을 가지고 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형은 못마땅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동우에게 살아갈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뭐든 해주고 싶었기에 참고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새봄이와의 편지를 주고받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늦은 밤, 새봄이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며 잠시 산책하던 중 동우는 우연히 새봄이의 엄마를 만나게 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새봄이에게는 건강해질 때까지 꼭 비밀로 해주세요. 그리고 이건.. 수술날짜가 정해지게 되면 이 편지를 전해주세요.”


 새봄이의 엄마는 직접 전해주길 권했지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새봄이가 혹시나 치료를 포기하게 될까 봐 거절했고 새봄이의 엄마는 그런 동우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는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병원에서 지내다 어느 날부터 동우의 상태는 다시 안 좋아지더니 한동안 잠이 들어 있는 일이 많아졌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동우 부모님과 형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잠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던 중 어느 날, 동우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동우의 형에게 동우는 말을 한다.


 “형...”


 “동우야 괜찮아? 엄마, 아빠~”


 “형... 나 부탁이 있어...”


 “뭔데?? 말해봐.


 “집에 가면... 내 방 서랍에 상자가 있거든? 혹시 내가 못 깨어나면... 크리스마스에 그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어? 내가 미워서 안 올 수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죽긴 왜 죽어?


 “형... 나 괜찮아...”


 “헛소리하지 마...”


 “형...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


 동우의 형은 순간 목이 메어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동우야...”


 이때 동우의 부모님과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동우의 상태를 살펴보고 동우의 형은 자리를 비켜주더니 순간 터져 나와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괜찮아,,, 동우야 괜찮을 거야...”


 “저번에 내가 이야기한 거 잊지 않았죠?”


 “....”


 동우의 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계신다.


 “엄마, 내 마지막 소원이에요. 꼭 들어주세요....”


 동우는 미소를 지으며 편안히 눈을 감는다.


 그렇게 동우는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새봄이는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동우의 형은 집으로 돌아오자 우편함에 쌓여 있는 많은 편지를 보았다.


 그리고 동우의 방으로 가서 서랍을 열어보는데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있었고 동생의 빈자리에 한참을 울었다.


 “내 동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갔어.. 그렇지만 한동안은 우리도 좀 힘들었거든.”


 동우의 형은 애써 덤덤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지만 목소리에서 슬픔이 묻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 내 동생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러 왔어. 너도 이제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동우의 형은 동우가 부탁한 선물 상자와 쪽지 한 장을 새봄이에게 전해주더니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선다.


 한동안 말없이 상자와 쪽지를 보던 새봄이는 조심스레 하나씩 열어본다.


 쪽지에는 주소 하나가 쓰여 있었고 상자에는 눈처럼 새하얀 장갑과 편지가 들어 있었으며 새봄이는 장갑을 한번 들어보더니 다시 내려놓고 편지를 조심스레 펼쳐 읽어 보았다.


 - 새봄이에게...

 안녕? 오랜만이지?

 그동안 내 편지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미안....

 이걸 읽을 때쯤이면 넌 건강해져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러 왔겠지?

 기특하네... 어때? 나무 정말 예쁘지? 내 말 맞지? 거봐 내 말 맞다니까..

 아마 너라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을 거 같다.

 음... 내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줄까?

 사실 우리는 네가 여행온 날 만난 게 아니야...

 우리는 병원에서 처음 만났거든...

 네가 울면서 뛰어가던 날 우리가 부딪혔는데 넌 그냥 가버렸지.. 난 화가 나서 널 쫓아갔지만 그때 넌 몹시 울었고...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어..

 나 같은 아이가 더 있구나 하며.. 그 순간 동질감이 느껴지지도 했고 너도 별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한참을 울던 넌 애써 울음을 그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으며 부모님께 괜찮다고 말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

 난 내 아픔만 생각했지 곁에 있는 사람들 생각해보지 않았거든... 하루는 울고 계시는 부모님을 지켜보고는 아무 말 못 하고 착한 아이처럼 구는 네 모습이 바보 같으면서도 무슨 마음인지 궁금하더라고...

 그걸 알기도 전에 난 퇴원을 하게 되었고 그냥 하루하루를 보냈어... 눈을 뜨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수 있을까? 차라리 빨리 끝나버렸으면.. 하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창밖을 보는데 놀러 온 너를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이게 꿈은 아닌지 하며.. 그래서 어떻게 말을 건넬까 연습도 하고...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어. 드디어 밖에 나오는 너를 보고 기쁜 나머지 한걸음에 달려 나갔지. 그네에 앉아 있는 너를 보는데 수십 번 연습했던 말은 안 나오고 나도 모르게 짓궂은 말이 나가버렸지 뭐야.. 사실해주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너와 함께 다니는 날들이 너무 즐거웠고 작은 송사리 한 마리에도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는 너를 보며 이곳에 있는 동안은 매일 웃게 해 주겠다 다짐했지..

 버스에서 눈을 감고 있는 널 보며 어떤 생각을 했어? 난 나도 살고 싶다고. 그래서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너와 손잡고 뛰는 날에는 내 심장이 무리가 가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나 행복했어..

 널 웃게 해주려 했는데 내가 더 많이 웃었던 것 같아..

 혹시나 만약에.. 내가 깨어나지 못한다 해도 이제는 후회 없어.. 그만큼 너와 함께 한 나날들이 너무 행복했거든..

 우리가 만날 날을 기다리며 너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데 우리가 손잡고 뛰었던 날처럼 내가 항상 너의 손을 잡아 주고 싶은 마음에 이걸 선물하기로 했어. 마음에 드려나?

 내가 생각날 때 따뜻하게 하고 다녀.

 이 내용들을 편지가 아닌 직접 말로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혹시나 내가 전해주지 못하더라도 나 좀 용서해 주라~

 알겠지?

 메리 크리스마스.


 ps. 나의 봄은 가장 따뜻하고 행복했어. 지금 넌 어때?


 동우가 -


 그렇게 동우의 편지를 읽은 새봄이는 그동안 울지 않으려 참고 또 참았지만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며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었지만 새봄이는 이들과는 다른 세상을 느끼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따뜻한 차가 바닥을 보일 때쯤 마음이 진정되자 동우가 선물해 준 하안 털장갑을 끼고 카페 밖을 나가 트리 앞으로 가 한참을 바라보고는 마음속으로 동우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동우야 고마워.. 난 늘 너에게 받기만 하네... 너와 함께 있을 땐 애써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가장 나다운 사람이었어.. 고마워..

 네 덕분에 난 용기를 냈고 네가 알려준 나무처럼 이겨냈어..

 내가 힘들어하면 네가 더 많이 힘들어하겠지?

 힘들어도 이겨내 볼게.. 나 그래 볼게...

 그리운 마음속에 넌 언제나 남아 있을 거야...

 영원히..

 아참, 그리고 추울 줄만 알았던 나의 겨울은 너로 인해 설레고 따뜻했어..

 안녕?

 나의 첫사랑..’


 새봄이는 그렇게 동우와의 추억을 나누었던 나무를 뒤로하고 돌아갔다.


 - 이듬해 봄.....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며 색색의 꽃과 새순들이 활짝 피어있고 꽃내음을 가득 담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새봄이는 교복을 입고선 쪽지에 적어진 주소로 동우가 있는 납골당으로 간다.


 길을 가다 떨어진 벚꽃나무 가지를 주워 들어 손가락으로 돌려보더니 살짝 미소 짓는다.


 “안녕? 잘 있었어?”


 납골당에는 웃고 있는 동우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었어. 사실 아직도 치료는 받고 있지만 그래도 회복이 빠르다고 조만간 완치될 수도 있다네. 잘됐지?”


 “우리가 만난 지 벌써 일 년이 된 거 있지? 시간이 정말 빠르다. 거기는 좀 어때?”


 새봄이는 한동안 동우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너에게 늘 받기만 했던 게 생각나서.. 그래서 오늘은 내가 선물을 준비했지.”


 새봄이는 가방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한동안 바라보더니 동우 사진 옆에 붙여둔다.


 “다음에 또 보러 올게. 잘 있어.”


 새봄이가 떠난 자리 사진 속에는 처음 동우와 새봄이가 만난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그네에 앉아 있는 새봄이와 담벼락 위에서 팔을 기대고 있는 동우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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