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주제 정하기
‘그림 그리기가 처음인데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오일파스텔 수업이 있는 날이면 꼭 듣는 질문이다. 나는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그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그리시라고 말씀드리는 편이다. 그림을 그려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사람마다 가진 강점이 다르기에 한계를 정해두지 않으려는 것이다. 쉽거나 어렵다는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우선 그리고 싶은 대상 또는 분위기를 정해 도전해 보면, 그 이후로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이 생기게 된다. 가끔은 주제를 정하는 일이 너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혹은 머리가 복잡해 생각을 비우고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려 방문하시는 경우도 있다.
오일파스텔 그림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아름다운 색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첫걸음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묘사하는 부분이 많은 그림보다 색조의 블렌딩에 비중을 두는 그림을 추천하고 싶다. 좋아하는 색을 칠하고 부드럽게 섞는 과정을 통해 즐거움이나 성취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돕기 위해 수업 자료로 몇 가지 도안을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따라 하기 쉬운 두 가지 도안을 소개해보려 한다. 약간의 포인트가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고, 그라데이션과 같은 오일파스텔화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편의를 위해 색상 번호를 기재해 두었지만, 얼마든지 원하는 컬러로 바꾸어 그려도 괜찮다. 오일파스텔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아래의 도안을 따라 그려보며 쉽고 재미있는 시작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준비물] 전문가용 스케치북 a5 사이즈, 문교 오일파스텔 몇 가지, 면봉, 마스킹테이프
도안 1. 파스텔 번호
문교 Mungyo
216 Pink
280 Pure Pink
279 Millennial Pink
203 Orangish Yellow
248 Black
1) 스케치북의 세로 길이를 3등분으로 나눠준다.
2) 나눠진 3 부분에 각각의 색상을 순서대로 가득 채우며 칠해준다.
3) 색상과 색상 간의 경계 부분을 면봉을 사용해 부드럽게 이어준다. 이때 색상차이가 크게 느껴져 잘 이어지지 않는다면, 두 가지 색상 중 더 연한 색 파스텔을 더 얹어주며 두 색상의 중간색을 만들어 준다.
4) 검은색 오일파스텔로 나무 모양을 그려준다.
도안 2. 파스텔 번호
문교 Mungyo
219 Prussian Blue
220 Sapphire Blue
283 Royal Purple
279 Millennial Pink
1) 스케치북의 세로 길이를 4등분으로 나눠준다.
2) 두꺼운 마스킹 테이프나 테이프로 달의 모양을 만들어 가위로 오려준 뒤, 달을 그리고 싶은 위치에 붙여준다.
3) 나눠진 4 부분에 각각의 색상을 순서대로 가득 채우며 칠해준다.
4) 색상과 색상 간의 경계 부분을 면봉을 사용해 부드럽게 이어준다. 이때 색상차이가 크게 느껴져 잘 이어지지 않는다면, 두 가지 색상 중 더 연한 색 파스텔을 더 얹어주며 두 색상의 중간색을 만들어 준다.
5) 달 모양의 테이프를 떼어준다.
가을 산이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들 듯 여러분이 오일파스텔 그림 그리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은 산책하는 가벼운 발걸음처럼 설레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모든 분들이 도화지 안에 흠뻑 빠져들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온전히 힐링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일상에 지쳤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삶의 에너지를 얻어가는 산책의 시간처럼 이 책과 함께하는 여정이 즐거운 산책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