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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Jul 24.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은정이

삼 개월 전 은정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언제 시간 돼요? 얼굴 한번 봐요~"

"그러자 ㅇㅇ요일에 ㅇㅇ에서 만날까?"

"좋아요~ 그날 만나요~"

그렇게 조용한 식당에서 오랜만에 점심을 하게 되었다.


"언니, 나 이사 가요 삼 개월 후에~•

"갑자기? 왜? 어디로?~.

질문이 한꺼번에 막 쏟아져 나왔다.

"그러게요~, 남편이 갑자기 텍사스로 발령이 나서 남편은 일주일 전에 떠났고 저와 아이들은 삼 개월 후에 들어가요~, 저도 당황스럽고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살고 있지만 서로가 바쁜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슈퍼 가는 길이나 남의 아파트 알뜰장, 또는 동네 엄마들의 참새 방앗간인 옷가게에서 오며 가며 잠깐의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물었지 속 깊은 이야기를 한동안 하지 못했다.


그녀는 십 년 전 대전에서 이사를 왔다며 그 여자가 다니는 문화센터 공부방에 신입으로 등록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면 멤버 일곱 명은 저렴한 식당이나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수다 삼매경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누구 하나 튀는 사람 없이 모두 온순하니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은정이 또한 온 첫날부터 바로 원래 있던 멤버처럼 잘 융화됐고 그렇게 모임의 구성원이 됐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 공부방을 떠나갔다. 누구는 남편의 사업을 돕기 위해, 나이 젊은 친구는 테니스에 푹 빠져서, 또 다른 이는 새로운 일을 찾아 ,,,. 공부방을 떠나긴 했지만 모임은 꾸준히 해 오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지고 오인 이상 집합 금지가 발령되면서 만나는 횟수가 없어지다 보니 끈끈했던 유대감은 점점 흐려지고 연락은 뜸해졌으며 지금은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가 되었다.


은정이와 그 여자는 제일 가까이 살기도 하고 오며 가며 얼굴을 보는지라 나이차는 나지만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사를 간단다. 짦으면 2년 길면 4년. 동네 친한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하고 날짜를 맞춰 봤지만 쉽지가 않았다. 몇 번의 약속을 미루고 다시 날짜를 정했지만 결국엔 성사되지 못했고 떠나기 이틀 전 잠깐의 만남에 꼭 놀러 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일주일 전 텍사스로 떠났다.


인생에 있어 수많은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어떤 사람은 만남을 우연으로 여기고 어떤 사람은 인연으로 여긴다. 인연은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깊은 연결을 의미하며, 인연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될 수도 있다. 은정이와 그 여자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관계로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소중한 사이로, 긴 시간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녀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텍사스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응원한다.


"야무지고 똑소리 나는 은정?~"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 응원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다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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