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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 Feb 05. 2024

8) 외국인 도주와 인권 그리고 경찰관의 책임

8) 외국인 도주와 인권 그리고 경찰관의 책임     


경찰관 입장에서 현장 예측이 되지 않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만취자 또 다른 하나는 불법 체류 신분의 외국인이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요소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렵지 않게 외국인 근로자를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체류, 취업 등의 활동을 하려면 출입국관리법에 있는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벌금, 징역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강제 추방될 수도 있다.     




7월의 여름날 밤, 나는 선배 경찰관과 평소 임무대로 담당 지역 범죄예방 활동을 하고 있었다.                   


112 신고 No. 1119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다.]     


사건은 다른 경찰관이 출동했다. 경찰차에 설치되어 있는 태블릿 PC 화면은 관련 외국인이 6명이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출동한 경찰관은  명이다. 

다수의 인원을 상대하기에 벅차 보였다. 그래서 나와 동료 경찰관은 현장 지원하기로 했다.     


술집에서 5명의 남자, 1명의 여자가 섞여 자국어(베트남)로 소리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두 명의 경찰관은 좁은 음식점 안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경찰관이 베트남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는지 관련 외국인들은 경찰관이 곁에 있어도 서로 밀치고 목소리 높였다.     


나는 술에 취한 그들에게 외국인 등록증 또는 여권을 제시하라고 다. 하지만 소용없다. 계속 본인들의 다툼만 이어갔다. 마음속으로 푸념했다. '이제는 외국인조차 경찰관의 정당한 지시에 협조하지 않는구나.'

다시 한번 영어로 말했다.


"Show me! your registration card or passport."


그러나 별 차이는 없었다.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때였다. 베트남 남자 한 명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그는 짧은 검정 곱슬머리, 부리부리한 눈, 흰색 민소매티를 입고 어깨에는 큼지막한 십자가 모양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거칠어 보이는 사내는 의자를 집어 들고 씩씩거리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Don, t move! stop!"


그는 멈춤이 없었다.

나는 다가오는 그를 향해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고 나서 그의 손목을 잡고 발을 걸어 올려 넘어뜨렸다.


"대한민국에 왔으면 대한민국 법을 따르라고!"


나는 그들을 외국인 신분증 미소지 및 제시하지 않은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

            

체포된 피의자는 경찰차 안에서 갑자기 "인권! 한국 경찰 인권!"이라고 소리쳤다.


나는 기가 막혔다. '법률 준수는 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권리는 철저히 보장하라는 말인가?'


당연히 경찰관으로서 법과 절차에 의해 체포했고 인권 침해 행위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침해하고 싶었으나 위법 행위는 할 수 없으므로.) 




체포된 외국인들은 지구대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밝혀지자 더욱 소란 피웠다.


갑자기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면서 "물을 달라", "화장실 가겠다."라는 등 요구를 끊임없이 했다. 동료 경찰관이 물을 주고, 다른 한 명을 화장실로 안내하였다.


혼란을 틈타 체포된 외국인 중 한 명이 출입구로 다가섰다.


나는 체포 서류를 작성하면서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출입문에 손을 올려놓았다. 나는 서류 작업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서서 손목을 잡았다.


갑자기 나의 가슴을 밀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소리쳤다. 나는 동료와 함께 난동하는 그를 제지했다. 그때 또 다른 한 명이 입구로 뛰어들었다.     


인권 보호와 신체 억압 사이에서 판단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들 모두 수갑으로 결속해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겠다.'


나와 엉켜있던 피의자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고 몸과 발을 이용하여 넘어뜨린 다음 수갑을 채웠다. 다른 한 명은 동료가 제압하고 있었고, 화장실에 간 피의자는 상황 근무자가 막아섰다.


이들의 소란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서류작성 하는 동안 그들은 지구대 바닥에 침을 뱉고 고함치며 발을 구르는 거친 행동을 계속했.     




서류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들을 출입국관리사무소(외국인청)에 이송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동료 경찰관 3명에게 호송 임무가 주어졌다. 

우리 지구대에서 출입국관리소까지 경찰차를 이용하면 편도 약 한 시간 소요된다. 제법 거리가 있다. 따라서 돌발 상황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호송 임무에 선발된 동료 중에는 나의 경찰 동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새벽 세 시경, 호송 차량이 지구대를 출발했다.


나와 남은 경찰관은 소란 피웠던 범법자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청소를 했다. 그리고 다른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30분 정도 흘렀을까? 호송 임무 수행 중이었던 동기로부터 휴대전화 연락이 왔다.   


(호송 임무 수행 중인 동기는 다급하게 말했다.)

"난장판이야! 얘네들이 토할 거 같다, '' 싸겠다, 인권 존중하라고 소리치고 있어!" 나는 동기에게 절대 내려주면 안 된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이들은 도주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새벽 4시경,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외국인 6명이 수갑 한 상태로 도주함."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나는 무전을 듣자마자 경찰차를 지구대로 운전하였다.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본 첫 경은 내선 전화를 붙들고 상황 보고하는 동료, 자초지종을 묻는 팀장의 전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 머리에 손이 절로 갔다. 징계, 문책, 감찰 등의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호송 임무를 맡은 경찰관의 보고에 따르면, [출입국사무소 주차장에 도착한 후 피의자 인계를 하고자 호송 차량 문을 개방했다. 

문 앞에 앉아 있던 여성 피의자가 갑자기 구두 하이힐로 경찰관의 이마를 강하게 내리쳤다.

물리적 충격을 받은 경찰관이 쓰러지자, 그 틈을 이용하여 도주했다.]     




근무 교대가 이루어지고 나는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주자 검거를 위해 수색했. 그러나 이미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주 지역, 관할 경찰서 경찰관들도 수색에 참여했다.


우리는 도주 흔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수갑을 찬 외국인이 돌아다닌다."라는 시민들의 목격 신고로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검거하지 못한 한 명도 다음 날 차량을 이용하여 도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검거했.     


외국인 도주 사건은 많은 것을 남겼다.

먼저 호송 임무를 맡았던 경찰관은 문책성 징계를 받았고, 지휘 책임이 있었던 팀장은 보직 해제와 동시에 전출되었다.

연말 팀 평가 및 팀원 인사에 영향이 있었음은 당연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나도 큰 불이익이 있었다.                 


상급 부서로부터 사건의 잘잘못이 복기되었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쏟아졌다.     


첫째. 호송대상자들보다 경찰관의 수가 적었다. 앞으로는 해당 경찰서의 경찰관 지원을 받아서 호송대상자보다 두 배의 수에 해당하는 경찰력을 투입할 것.     


둘째. 피의자의 도주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뒷수갑을 해야 했다. 적절한 상황에 맞게 앞수갑, 뒷수갑을 선택할 것.     


셋째. 마지막까지 호송대상자의 돌발 상황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 것.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찰관의 잘못이지만, 이면의 속사정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첫째. 당시 현장 경찰관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 호송 대상자의 인원수에 맞추어 경찰관이 임무에 투입되면 112 신고를 담당할 경찰관이 없.     


둘째. 수갑 관련해서, 인권위원회에서 경찰청으로 시정 권고한 사례가 있다.

내용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피의자 뒷수갑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라는 것이다.

권고에 따라 현장에서는 앞수갑 위주로 시행했다. (당시 경찰관의 반발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다행히 현재는 상황에 맞추어 뒷수갑 또는 앞수갑의 형태를 선택 사용하고 있다.     


셋째. 범법자의 인권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는지 구체적 지침이 없다. (개인적으로 범법자에게 인권은 제한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불법체류 외국인 관련 업무는' 출입국관리소'가 주 담당 기관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음과 같다.


우리 국민이 외국인 관련 112 신고하면 경찰관이 출동하고 대상 외국인을 현장 조사한다. 그리고 불법체류 사실이 밝혀지면 체포한다. 

그리고 관련 서류를 만들고 그 신병을 경찰관이 출입국관리소에 호송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주 담당 기관은 분명 출입국관리소인데 신고 접수 단계부터 호송까지 경찰이 하고 있다. 그리고 책임도 경찰이 진다?     


이런 불합리한 절차를 개선해 달라는 현장 경찰관의 호소는 찻잔 안 태풍으로 그친다.

현재까지 변화는 없다.


외 많은 다른 기관 업무가 경찰로 집중되고 있다. 그에 따른 책임도 현장 경찰관이 진다.

경찰관은 로봇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경찰은 범죄 외 다른 기관의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 떠맡는 것뿐만 아니라 책임까지 진다.


본래 임무인 범죄 예방 및 검거에 집중해도 부족하다. 부디 바른 방향,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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