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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 Feb 27. 2024

1)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의 실종

1)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의 실종


전쟁의 혼란과 역사의 길에서 숭고한 희생을 하신 국군장병들께 고개 숙여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군의 날이 다가오면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 실종 사건이 생각난다.


112 신고 No.1001 "남편이 연락되지 않는다."


나는 신고자에게 전화하여 추적 수사를 위한 기본 정보를 얻기 위해 언제 마지막으로 목격했는지, 이상행동 및 발언 있었는지, 휴대전화 소지 여부, 자주 가는 곳은 있는지, 지인 관계, 금융거래 수단, 친인척 관계 등 다양한 질문 했다.


그러나 신고자인 부인과 실종자는 생활 거주지가 달라 추적 수사에 도움 될 만한 단서는 사진 한 장뿐이었다.

그리고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해야 할까?'


일단 실종자의 거주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의 원룸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었고, 유서 같은 비정형적인 의심스러운 단서는 발견치 못했다.


원룸 공동현관 폐쇄회로 TV(CCTV)는 모형이라 의미가 없었다.

추적 수사의 가장 기본인 발생 날짜, 시간조차 특정하기 어려웠다.


나는 주거지 주변을 돌아보았다.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방향의 인도(길)가 편의점으로 방향으로 모여 있고 그 길은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구청에서 운영하는 방범 CCTV가 정자(亭子) 옆 기둥에 설치되어 있었다.


실종자의 최종 목격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탐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관련 소득은 없었다.


(미로 안에서 방향을 잃은 느낌이었다.)

가상 이미지


결국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편과 연락한 날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정자 옆에 세워져 있는 방범 CCTV 영상을 살펴봤다.( 방범 CCTV는 관할 지자체 운영 자산으로 경찰관은 일정 서류를 갖추어 승인을 받아 열람할 수 있다.)


모니터와 눈싸움을 한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나의 정성이 통했는지 실종자로 보이는 사람이 정자에 앉아 연거푸 담배를 태운 후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의점에 방문하여 양해를 구하고 편의점 내부 영상을 열람했다. 추적 대상자는 소주 1병과 종이컵 2개를 구매 후 매장을 나갔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아침 일찍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모금 입안을 적셨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위성지도와 일반지도를 화면에 띄워놓고 생각에 잠겼다.


발생 장소 기준으로 북쪽은 산, 구릉지, 농로(農路) 그리고 띄엄띄엄 영세공장이 있고, 동쪽은 저층 다세대 주택이 형성되어 있고, 서쪽과 남쪽은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다고 지도는 내게 말했다.


실종자의 모습을 머릿속에 다시 그려보았다. 담배, 술 그리고......


나는 영상 속 실종자가 정자에서 담배를 피운 후 결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느꼈다. '실종자가 자살했을 것이다.'라는 것을 가정했다. (과학적 수사와 거리가 먼 감정으로 수사하면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산과 구릉지가 있는 지도의 북쪽을 살펴보기로 결정하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아,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수색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추적 수사가 더 이루어져야 한다.

인근 몇몇 작은 공장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열람했다. 그러나 단서는 발견치 못했다. 하루를 또 이렇게 흘려보냈다.


다음 날 북쪽 지역을 다시 갔다. 이번에는 언덕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살펴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가축을 더 이상 키우지 않는 폐축사가 있었다. 그리고 농로 건너편에 고물상이 있다.


축사를 살펴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마음속에는 초조함과 동시에 점점 '이 사건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라는 무게 추가 움직이고 있었다.


고물상에 외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그 영상을 열람했다. (영상 화질이 좋지 못했다.) 역시 특이점은 발견치 못했다. 나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놓친 것이 있을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영상을 돌려봤다.


화면 상단 끝부분에 픽셀의 음영이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음영이 멈추는 곳을 확인했다.


날씨, 실종자 나이를 감안한 이동 속도를 미루어 편의점으로부터 영상 속 장소까지 짐작해 볼 때 실종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확신했다.


음영이 끝나는 부분은 언덕으로 이어지는 버려진 밭으로 그 길 양쪽은 수풀로 덮인 절개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을 유심히 살피면서 걸었다. 그때, 비교적 변색 없는 종이컵 하나를 발견했다. 종이컵에는 상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종이컵을 들고 실종자가 술을 구매했던 편의점으로 한달음에 갔다. 그리고 판매되고 있던 종이컵과 비교했다. 상표 모양이 일치했다.


나는 종이컵, 편의점에서 나간 시간, CCTV 영상 픽셀 음영 변동 시간, 편의점으로부터 해당 언덕까지 거리 등을 근거로 팀장에게 보고하고 언덕을 수색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잠시 후, 팀장 포함 동료 실종팀 형사가 2명이 현장으로 지원을 다.

나는 이들에게 추적수사 과정 및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그리고 추적 수사에서 수색으로 사건을 전환했다.


언덕 입구와 산 길을 어두워지기 전까지 살펴보았으나 발견된 것은 없었다.


언덕은 꽤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는 곧 수색해야 할 곳이 많다는 의미다.


팀 회의를 통해 다음 날 수색 계획을 수립하고, 경찰 헬리콥터, 기동경찰대(당시 의무경찰), 경찰 수색견 지원 요청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전달했다. 


퇴근길, 차량이 많아 집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수색에 관한 생각을 자세히 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나는 침대에 누웠으나 잠잘 수가 없었다. 사건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음 한편에 젊은 날 먼 이국 땅에서 전쟁으로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했을 실종자의 안타까움이 나를 동화시켰다.


아침이 오고 실종수사팀 형사 5명, 경찰기동대 24명, 경찰 헬리콥터 1대, 경찰 수색견 1마리 제법 큰 규모의 경력으로 해당 언덕 및 인근 야산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등산로가 없는 야산 수색은 길이 없어 더욱 힘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산 중턱쯤에서 잠깐 허리를 폈다.


때마침 지면으로부터 절개지 사면을 타고 바람이 불어와 나를 일시적으로 시원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상한 냄새도 내 코에 닿았다.


나는 바람이 불어왔던 곳으로 발을 옮겼다.

절개지 밑에는 전에 봤던 폐축사가 있었다. ('이상한 냄새의 원인이 저거였구나.')라고 여긴 나는 계속 수색을 이어갔다.


이틀 동안 여러 경력들을 동원하여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팀장은 "이 정도 했는데 발견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최선을 다했잖아. 혹시 여기에 (실종자가) 없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사실상 수색 종료 선언이다.


수색에 동원된 다른 경찰관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미안했다.




그날 밤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실종자를 생각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했던 시절, 나라를 위해 참전하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갔을 당신...... 노년에 혼자 남아 외롭고 공허했을 것이다.'

' 반드시 찾아야겠다. 그분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발전했는데 이대로 포기하는 것은 나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수색 과정을 곰곰이 생각했다.


수색 중 맡았던 냄새...... 축사 분뇨 냄새와는 달랐다. 사취와 비슷했다.(수색 때는 간과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당직 근무자로 예정되어 있어 일찍 경찰서로 출근했다.


전일 밤새 근무한 동료에게는 퇴근이 미루어지게 돼서 미안하게 되었지만, "내가 실종자를 찾을 것 같다. 냄새를 맡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깝게 지내던 형이 "네가 무슨 멍멍이냐?, 수색견도 실종자를 못 찾았는데?" 웃음과 핀잔이 어우러진 말을 했다.


동료인 형을 포함해 5명이 다시 아침 일찍 수색에 나섰다.


나는 냄새를 맡았던 산 중턱을 마주 보고 지난 수색 때와 다른 방향인 경사 있는 사면을 올랐다.

사면을 오르자 수풀이 우거진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는 누워계셨다.


이미 시신이 많이 부패하여 얼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으나 지갑 안에 있는 신분증과 옷차림으로 실종자와 동일인임을 알 수 있었다.


발아래에는 빈 소주 병과 빈 플라스틱 소재 흰색 약통이 있었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몰려왔다.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였고 역사 가운데 시련이 컸을 텐데 그 끝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는 것에 목이 메어왔다.


나는 무전기로 동료들에게 발견 송신했다.

담배 두 개비를 주머니에서 꺼내 불 붙였다.

하나는 그의 발아래에 두고 하나는 내가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머리 숙여 예를 표했다.

수색 현장 전경


국군의 날, 우리의 자유와 호식함이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누릴 수 있는 것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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