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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Dec 31. 2024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한강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거리 한가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더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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