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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웃음소리

낯익음과 낯설음에 대해

아기의  웃음소리

오랫만이다.

참으로 오랫만이다.
그래.
약33년 된 것 같다.

까르륵.
꺄륵.
꺄 꺄 하 하.

아주 단순한 자극에
아기는 입을 크게 벌리고
온 힘을 다해 웃었다.

아니 웃어댔다.

눈을 크게 뜨고
숨도 멈추고
가슴을 활짝 펴고
아기를 바라보니
그는 자신에게 있는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웃는 일에.

아기가 웃으니
나도 덩달아 웃었다.
내가 웃으니
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는다.

이젠 박수치며
발을 동동거리며
크게 웃는다.

웃음소리는
파도가 되어
점점 더 큰 원으로
퍼져가간다.

원심력(遠心力)이라 하나.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자리를 떠야 했다.
아기의 웃음소리도
정지했다.

낯선 풍경이 시작되었다.
떠나는 나의 모습을
아기는 물끄러미 응시한 째
웃음이 사라진 환경을
낯설어 했다.

우리 모두
같이.

웃음소리.

순간 우리를
낯이 익은 세상으로 이끌어 주었던
그 자극.

내가 서 있는 곳마다
그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하는데.

그것이 종적을 감춘
이 낯설음에
익숙해지면 안되는데,

그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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