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씨와 이웃동네 무인애견용품점에 가려면 건너야 하는 짧은 터널이 있습니다. 지저분하기도 하고 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것이 무섭기도 해서 저는 이 길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터널을 피해서 그 상점에 가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상점에 갈 때에는 달수씨 마음이 급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식을 사고 돌아오면서 길을 찾아보았어요.
한 번은 상점을 나와 터널에 도착하기 전 좁게 계단이 늘어선 샛길로 집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무덤이 보였지만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고개를 넘어가자 아래로 가파른 골짜기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아니, 이 작은 언덕에 이런 곳이 있었어?
저는 친절한 누군가가 안전을 위해 비탈길 양옆으로 쳐놓은 굵은 동아줄을 잡고 힘들게 내리막길을 걸어갔습니다. 비록 산은 자하산이 아니었지만 달수씨는 청노루처럼 껑충껑충 뛰어서 내려갔습니다. 힘들게 다 내려가서 눈을 들어보니 급경사의 오르막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이번에는 달수씨도 낑낑거리면서 그 길을 올라갔습니다. 저는 거의 줄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간신히 기어 올라갔습니다.
산책 중인 달수씨 (상기 이미지 관련없음)
정상에 올라가 보니 이번에는 맨발로 걷기 체험 황톳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왼쪽 막다른 길 벤치에 맨발인 사람들이 앉아서 신선들처럼 한가롭게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면서 이곳이 어디일까? 내가 혹시 오르막을 올라오다가 너무 힘들어서 죽은 것은 아닌가? 옆에서 촐랑대는 이 갈색 털뭉치는 뭐 하는 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달수씨를 품에 안고 신발을 벗었습니다. 한숨을 쉬면서 양말도 벗었습니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길이 축축했습니다. 달수씨 무게까지 더해서 발바닥이 몹시 아파 왔습니다.
마침내 맨발 걷기 체험장을 벗어나자 발바닥에 붉은 흙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달수씨가 체험장에 오줌을 눠서 영역 표시를 할까 봐 저는 발도 못 털고 양말을 다시 신었습니다.
이그, 찝찝해.
저는 얼굴을 찡그리고 이번에는 좀 완만한 길을 다시 걸어 내려왔습니다. 이제 아는 길입니다.
안 되겠다. 저는 이번에는 터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반대편 샛길로 기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계단을 여러 개 올라가서 공원을 지나친 다음 터널 위로 만들어놓은 다리 위로 건너갔습니다. 역시 힘들어서 죽겠다 싶었는데 다리 이름이 무지개 다리였기 때문에 기분이 좀 이상했습니다.
다리를 건너서 또 내리막길을 한참 걸었더니 이제 아는 길입니다.
저는 다음날에는 (이 수고를 감당할 만큼) 진짜 그렇게 못 견딜 정도로 그 도로가 싫고 기분이 나쁜지 확인해 보려고 달수씨와 함께 터널로 걸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