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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anna 리애나 Sep 01. 2024

게으름과 무기력 끊어내기 2

왜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이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 저 먼 선사시대에서 살아남아 현재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한 사람들은 용감한 전사들이 아닌 겁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겁 없이 호랑이에게 달려들고, 물에 뛰어든 용감한 유전자들은 모두 전멸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남은 조상들의 유전자를 지닌 우리는 도전보다는 현재에 안주하는 게 당연하다고 유전자에 각인된 듯하다.


그래서 사람 본성에 따라 변화를 시도했다 하더라도 계속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내가 게으른 건 맞지만 원래 인간은 바뀌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뀌기가 힘든데 "왜 변화를 하려고 해야 하는 걸까?"


단지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고 싶어서,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서, 글로벌시대에 영어는 필수니까, 남들이 하는 건 나도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과연 유전자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수 있을까?


이렇게 힘들게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면서도 변화할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나를 인터뷰하는 기분으로 "왜"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했다. 답을 하고 또 그 답에 꼬리 질문을 하는 식으로 써 내려갔다. 도움이 될까 싶어 간단하게 예시를 작성해 봤다.

단순히 이직을 해서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치며 더 조건이 좋은 회사의 채용공고를 찾았다. 계속 지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공허했다.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나에게 질문을 하며 깨달았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해도 잠시만 행복할 뿐 결국 나를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걸. 돈도 중요하지만 일 자체가 주는 의미가 더 크다는 걸. 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헬스장을 등록해도 작심 일주일인 이유가 있었다. 나는 승모근 통증을 달고 살았다. 목과 어깨가 아프고 어떤 날은 두통까지 이어졌다. 헬스장을 갔다 오면 잘못된 근육을 쓰는지 승모근 통증이 더 심해졌다. 나는 헬스장이 아닌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왜"를 직접 써보니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해야 하는 것과 남들을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가짜 목표들이 걸러졌다.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구체적인 이유를 적으니 해야 할 목표가 뚜렷해졌다. 목표가 뚜렷해지니 의지가 생겼다. 부자가 되고 싶어 투자 공부를 해야 하고, 나이가 먹어가니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해야 하고, 돈을 더 벌어야 하니 이직을 해야 한다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생각하니 멀게만 느껴져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동안 엉켜있던 생각들과 찝찝했던 마음이 모두 명확해졌다.


나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한 줄 알았는데 직접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하며 나를 압박면접(?) 하니 내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도 발견했다. 또 이 과정들이 단순히 나를 게으름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함도 있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이래서 몸이 아팠구나. 이래서 마음이 불편했구나. 이것들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구나. 앞으로는 이렇게 차근차근하면 내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뿌옇고 어둡던 머릿속에 빛이 짠하고 켜지며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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