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말
해가 다시는 안 뜰 거라고 생각했다. 아주 조금씩 비가 내리더니 어느샌가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는 그걸 있는 그대로 다 맞고 쓰러졌다. 햇볕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다 햇볕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간신히 비바람을 뚫고 발가락을 내밀면 다시 비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몇 번의 시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냥 쓰러져있었다. 어차피 해도 안되기에.
그래도 다시 해를 보고 싶었다. 쓰러져있으면 누구도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발가락을 햇볕에 가까스로 내밀다 다시 끌려가고, 이번엔 발 전체를, 그 다음번에는 팔과 발을, 그리고 아주 힘겹게 온몸이 햇볕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햇볕으로 다시 완전하게 나왔을 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
누구나 어둡고 컴컴한 터널을 지나가는 시간이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 마치 인간의 정해진 운명의 한 부분인 것처럼 언젠가는 한 번씩 이런 과정을 거친다. 끊임없는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 게으르고 무기력한 나 자신이 싫을 때, 공허한 마음이 들어 힘들 때, 내가 햇볕으로 나가기 위해 한 시도들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비에 축 젖은 나를 한 번에 말려줄 강렬한 햇빛은 아니더라도 "아 따듯하고 편안하다"라는 기분이 드는 햇빛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다. 따듯하고 편안한 햇빛에 익숙해질 때쯤 어쩌면 또다시 비바람이 몰아칠수도 있다. 그래도 아주 강한 비바람을 뚫고 햇볕으로 나왔던 예전의 경험이 이번에는 더 빠르게 나를 햇볕으로 이끌 것이다.
잊지 말자. 나를 가장 사랑해 줄 사람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힘든 나를 수렁에서 건져 올려 내줄 사람도 나 자신이다. 오늘은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을, 새로운 경험을, 꾸준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나에게 선물할지, 매일에 설레이며 아침에 눈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