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일하며, 다시 시작을 배웠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보낸 3년 7개월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는 별빛간호사이다.


우리 병원 공원 한켠에는 조용한 벤치 하나가 있다.

그곳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는 이번 달 말까지만 이 병원에 머물기로 했다.

일을 정리해 갈수록
이상하게도
그 벤치가 자주 떠올랐다.

tempImageIkAPM9.heic 많은 환자들이 지나간 자리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친 뒤,
환자들이 앉았다 갔을 그 벤치에 살포시 앉아보았다.


이전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저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눈앞에는 산이 있고,
산 아래 마을에는
집집마다 등불이 켜져 있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천천히,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겨울이었다.


바람이 불자
대나무 숲 풀이 서로를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 앉았다 갔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기장을 훔쳐보는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잠시 엿보고 싶어졌다.


눈을 감았다.

“삼 개월, 남았습니다.”

의사의 말은 언제나 그렇듯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보다
조금 더 용기 내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한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조금 더 웃을 걸.
조금 더 즐겁게 살 걸.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걸.


그래서일까.

그러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나는 다시 시작이다.


tempImageajq3jf.heic 나는. 다시 시작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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