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고 아침에 주사를 주러 병동으로 나간다.
내 연장을 챙겨 적군을 대하는 병사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아니, 사실은 졸려 죽겠다.
얼른 퇴근하고 싶고,
어서 빨리 눕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눈두덩 위에는 안개가 내린 듯 자꾸만 무겁고 감긴다.
수액을 주사 부위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제 막 잠을 깬 환자들은 쉽사리 팔을 내주지 않는다.
“환자분… 팔 좀…”
“쿨… 쿨…(수면 중)”
“하아…”
빨리 포기하고 옆 침대 환자분에게 간다.
“환자분, 팔 좀…”
“언니야, 나 화장실 가고 잡다…”
“…”
힘겹게 환자분을 모시고 화장실에 앉혀드렸다.
“볼일 다 보시고 불러주세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니 할 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속된 말로 ‘X줄’이 타기 시작한다.
난 이때 즈음 배추도사 무도사로 빙의한다.
일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다해 병동을 날아다닌다.
(좀… 오바하면 그렇단 얘기다.)
그렇게 한참을 일에 집중하다가 뒤를 돌았다.
한 환자분이 내 모습을 지켜보시고는 쌍따봉을 날려주신다.
난 감사를 전하는 눈빛 싸인을 보내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이쁜아~ 니 억수로 잘하네.”
난 마스크를 내려 대답했다.
“어깨너머 배운 게 이 기술인데, 못 하면 되겠습니꺼?”
“맞다 맞다. 먹고살려면 사람이 기술이 있어야 된다.”
“하모예. 엄니, 아침 맛있게 드이소~”
다시 내 연장과 수액들을 챙겨 뒷방으로 향했다.
“후우… 앞방은 끝났고, 얼른 뒷방 끝내고 마무리하자.”
뒷방에 가보니,
석션을 기다리는 할아버지,
밤동안 설사를 해 걱정인 할머니,
밥맛이 없는 환자가 걱정인 보호자.
모두가 날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주사 줄 연결하랴, 환자 컨디션 상태 설명하랴,
중간중간 가래 뽑고, 새로 물품을 교체하고…
‘삐용 삐용 삐용’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제… 더 이상은… 못 해…’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병동을 지나 간호사실로 돌아왔다.
전쟁터에서 승리를 거머쥔 병사의 마음은 날로 기쁘겠지만,
난 그저 “퇴근이나 시켜줘~~~~”라며 속으로 크게 외치고 있다.
“니 얼굴이 왜 이렇게 fail 하노…”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과,
“아침은 좀 먹고 가지~”라는 수선생님의 걱정과 위로를 뒤로하고,
얼른 가방을 챙겨 초고속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하아~ 공기 좋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의 지저귐과, 밤 동안 묵은 풀잎 내음이 나를 반겨주었다.
“다들 출근하겠구나. 얼른 가서 씻고 자자.”
퇴근하는 발걸음은 늘, 언제나, 한결같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