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노산인 나를 위해
하늘에서 내려준 순둥이 그게 둘째다.
모유만 죽어라 고집해서 종류별로 사둔 젖병을 무용지물로 만든 첫째.
모유 분유 가리지 않고 입에만 물렸다 하면 주는 대로 받아먹던 둘째.
두 돌에 서서 그네 타는 첫째.
세 돌 가까이 다 돼 가는데 그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모르는 둘째.
마트에 가서 장난감 코너를 보면 사달라 생난리를 치는 첫째.
마트 장난감 코너에 갖다 놔도 다음에 사줄게라고 하면 알았어라는 둘째.
새 옷을 두 달 만에 헌 옷으로 만들어버리는 첫째.
집에 들어오면 온 가족 신발을 각 잡고 정리하는 둘째.
아기띠를 해야지만지 낮잠을 자는 첫째는 그 낮잠마저 30개월 때부터는 자질 않았다.
그에 비해 48개월이 지나도록 낮잠을 자는 둘째는 돌 이후로 아기띠를 한 게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 내 언니라고? 제발 아니라고 해줘~~~ '
작년 여름 친정식구들과 동해바다로 놀러 갔을 때였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밥 먹듯이 물놀이한 첫째.
오죽하면 아침에 첫째를 깨울 때 큰 형부가
"첫째야~~ 아침 먹자!!" 하면 안 일어나고
"첫째야~~ 바닷가 가자~~"하면 벌떡 일어나서 수영복을 갈아입기 시작!
둘째는 바다가 근처에 앉혀 놨더니
한 자리에서 두 시간 넘게 사부작사부작 모래놀이만 해댔다.
바다 여행 이후
1킬로그램이 빠진 첫째.
0.5킬로그램이 늘어서 온 둘째.
한 번은 코로나시절 집콕 때였다.
언니와 달리 겁이 많은 둘째는 처음 보는 장소나 물건에 막 달려들지를 않고 거리를 두고 일단 지켜본다.
오감발달을 하라고 쌀을 갖다 줘도 만지지를 않고
촉감놀이 해주려고 욕조에 넣어둔 물풍선도 기겁을 해서 결국 첫째에게 반품.
이렇게 성향이 다른 자매가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다는 게 신기할 따름~~
원래 열 명 낳으면 열 명 성격이 다 다르다고 하던데
다른 건 둘째치고 자석의 S극과 N극 같이 서로 정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매
( 급기야 첫째 목소리에도 움찔하고 첫째 손길에 냅다 도망가기 바쁜 둘째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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