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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r 26. 2024

좌심실 첫째, 우심실 둘째

첫째가 어렸을 때 통곡을 하고 울었던 게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둘째 태어난 지 백일 넘었을 때 뒤집기를 

자꾸 해서 내 옆에 재울 수밖에 없었다.

첫째 자리랑 둘째 자리랑 바꾸고 한몇 주 지났을까~~

자기 자리를 둘째에게 뺏긴 것 같다고 

갑자기 밤에 서럽게 울던 첫째를 부여안고 나도 같이 울었다.


침대랑 옷장 사이 그 좁은 아래 틈바귀에서 

불편할까 봐 위에 침대서 아빠랑 자라고 해도

그 좁아터진 곳도 엄마옆이라 좋다고

둘이 안고 잤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둘째를 낳기 전엔 열명을 낳아달라던 첫째가

지금은 그 말이 쏙 들어가고 동생은 하나면 된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하루라도 엄마랑 떨어져 있기 싫다고.....


일부러 첫째 생각에 산후조리원도 안 가서 제왕절개 후 병원에서 일주일 밖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 엄마 없는 일주일이 첫째에겐 감당하기 힘들었나 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할아버지를 졸라 병원에 온 어린 내 딸~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오늘도 엄마랑 같이 못 자냐고 병원을 가슴 응어리진 울음바다를 만들어서 온 가족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그때가 첫째 나이 6살이었는데

지금은 독립적인 초등학생 4학년이 되었다.


더 이상 동생 낳아달라는 말은 안 하지만

지금은 자기가 동생이 되고 싶다는 첫째!!

자매끼리 싸울 때 엄마는 동생 편만 들고 동생만 예뻐한다고 자기가 동생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동생 더 낳아달라는 말은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만 본인을 동생으로 만들어 달라니

이미 자란 첫째를 뱃속에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고 무슨 제우스의 탄생 같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밖에 거닐 때도 엄마 옆은 나라고

동생보고는 아빠한테 가라고 족제비 같은 눈으로 동생을 째려보는 귀여운 우주최강 질투쟁이!!

첫째야 마음고생 많았지~~ 

정말 사랑한다!! 우리 첫째.


첫째는 내 심장 좌심실

둘째는 내 심장 우심실이야

      < 첫째의 애기애기한 시절 >




두 번째 한 맺힌 울음도 밤에 자다가 갑자기 터졌다.

서럽게 우는 첫째한테 왜 우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죽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엄마 안 죽어. 건강하게 첫째 옆에 계속 있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죽잖아. 내가 스무 살 되면 엄마는 오십 살이 넘잖아.

엄마 나이 들어서 아프면 어떻게 해~"

"이렇게 이쁜 첫째 딸 두고 엄마가 어떻게 아파~ 걱정 마!! 아프지 않고 옆에 있을게"


첫째가 죽음이란 단어를 알게 된 건 

6살 때 췌장 문제로 하늘나라로 먼저 간 엄마 친구가 안장된 추모관에 같이 방문했을 때였던 것 같다.

누구보다 아이를 좋아했던 내 친구.

생때같은 두 자녀를 두고 발길이 떨어졌을까 싶어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 모습이 첫째의 뇌리에 박혔나 보다.


그 이후로 우리 집 금기어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아이고!!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보다~" 앓는 소리이다.

엄마는 아파서도 안 되고

엄마는 늙어서도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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