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때엔 친구들과 술 마시면
소화도 시킬 겸 노래방에서 한곡 뽑아내는 게 습관이었는데 더 이상 나에게 샤우팅으로 2차는 불가하다.
어린 아가들의 여린 고막보호차원에서 술과 함께 그렇게 노래방을 잊고 살았다.
그렇게 노래방과 이별한 줄 알았는데
아이 태어나고 1년 후 금단 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첫째 단유 후 친구들에게 2차로 노래방 가자고 엉엉 울지를 않나
둘째 백일 후 집에서라도 부르려고 노래방 마이크를 브랜드별로 주문하지를 않나
노래방에 대한 짝사랑은 계속됐다.
한 번은 미친 척하고
친구부부네랑 애들 데리고 노래방 갔다가
귀를 막고 있는 둘째를 보고 신랑이 너는 더 불러라
나는 애들을 구해야겠다라며 나는 버리고 애들만 챙겨 서둘러 귀가했다.
그 길로 애들 데리고 노래방에 가는 것을 단념했다.
다만 가끔 신랑에서 애들을 맡겨놓고 혼자서 코인 노래방을 갈 뿐이다. ㅎㅎㅎ
그때는 모유수유 중이라 술도 안되지
코노가 유일한 육아 스트레스 탈출구여서 신랑도 체념한 듯했다.
작년에 첫째가 10살, 둘째가 5살이 되어서
네 가족 모두 코인노래방에 갔다.
신랑과 나는 가족끼리 노래방 가는 게 재밌겠어?
반신반의했는데
왠열~~ 너무나 신나는걸!!
먼저 나의 18번 곡 '소찬휘 TEARS'를
모가지가 비틀어질 때까지 불러재끼고
첫째의 아이브 'LOVE DIVE' 노래에 막춤이 바로 나오고
둘째의 '곰 세 마리' 노래에도 접신한 듯 탬버린을 미친 듯이 흔들어 재꼈다.
회식 후 동료들이랑 노래방 갔을 때보다 더 재밌었다는 신랑.
(그날의 흑역사가 신랑 핸드폰에 다 저장되어 있다.)
첫째가 다음 날 등하교 길에
"좐인한 여자라 나를 욕하지는 마~~"
맛깔나게 부르는 바람에
지나가는 학부모들이 웃었다는 후문이....ㅠㅠ
오복 중 하나가 치아라는데 내 치아는 그 복을 타고나질 못했다.
(하긴 다른 복들은 있을까? ㅎㅎㅎ)
아이 데리고 치과 가는 건
혼밥 레벨 중 가장 하드 코어인 혼자서 뷔페를 가는 정도의 만렙 도전급.
아이가 혼자 대기실에 가만히 있지도 않을뿐더러
아이를 안고 치료 의자에 누울 수도 없고 이래서 엄마는 아파서도 안된다.
첫째 낳고 가정보육 3년 동안 치과를 못 가다가 첫째가 어린이집 간 후 바로 치과 예약!!
예상은 했지만 견적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ㅠㅠ
그리고 둘째 임신 초기 중 캐러멜을 먹다가 금니가 떨어져 나간 적이 있다.
떨어진 금니를 들고 치과에 갔는데 안에가 너무 썩어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심어야 하는데
임신 중에는 마취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난 그렇게 출산 전 6개월
모유수유 중이라 출산 후 6개월
1년을 한쪽 어금니가 없는 상태로 보냈다.
싸구려 캐러멜 먹다 비싼 임플란트 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엄마에겐 치료할 시간조차 사치라는 게 슬프다.
가정보육 몇 년 동안 치과 한번 못 가고
간헐적으로 가다 보니 치과치료비 또한 몇백이 깨지는 건 기본.
그래도 요즘은 병원이나 치과에 가면
어느 정도 큰 첫째가 둘째를 대기실에서 봐주는 거 보면
그동안 키운 보람이 있네라고 생각이 들고
둘이라 좋네 하며 뿌듯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