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기숙사에 들어간 지 벌써 3개월이 지나고 있다. 나무에 연두빛 새순이 올랐던 그때가 거짓말처럼 지나고 벌써 5월! 길가에 늘어선 이팝나무가 새하얀 눈을 덮어쓰고 바람에 하늘거린다.
어찌할 지 몰랐던 아이도,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안절부절했던 나도 짙어지는 녹음처럼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빈방에만 들어가도 눈물이 쏟아졌던 순간이 거짓말같다.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 발걸음이 무거웠던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어둔 터널처럼 느껴지더라도 언젠가는 밝은 햇빛을 볼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닌가보다.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살만해졌다. 어른들이 말하던 그 견딘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껴보는 날이다.
아들은 기숙사에 들어가고 두 번의 큰 시험을 치렀다.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4월 1차 지필평가를 치면서 두 개의 큰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3월 모의고사 시험을 치고서는 수학과 영어 시험으로 인해 좌절했고, 4월 중간고사를 치고는 예상치못한 점수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5월 연휴를 앞둔 금요일 어수선한 마음으로 한택식물원에 갔다. 중간고사가 있는 주라서 내 신경은 온통 그리로 쏠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시험주간에는 가급적 카톡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시험을 치고 카톡으로 점수를 알려줬다.
도시숲 시민학교 체험학습으로 한택식물원에 가서 식물 수업을 받던 그날, 아들은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전화를 했다.
“엄마, 시험 끝났어.”
“그래, 수고했다. 엄마가 지금 밖에 있는데 점심 해결할 수 있어?”
내 말에 아이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그래, 알았어.”
전화를 끊으려는데 묘한 정적이 흘렀다. 아무 말이 없던 그 순간, 나는 아들이 울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5월의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연휴이긴 했지만 아이는 토요일까지만 쉬고 일요일에는 여느 때처럼 기숙사에 입사해야했다.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온 과목이 있다고 아이는 연휴 내내 힘들어 했고 풀이 죽어 있었다.
“공부가 뭐라고! 괜찮아.”
“시험 한 번 망치면 원하는 대학에 못가는데!”
“아직 시작이니까 너무 낙담하지 말자.”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아이는 눈물을 보이며 원하는 대학에 못간다고 절망스러워했다.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나는 5월 연휴를 지옥 속에 갇힌 듯 살아야 했다. 아이 말처럼 시험을 한 번 망치면 모든 게 끝인가 절망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황금연휴가 지옥연휴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그런 시간이 꿈결처럼 흐르고 이팝꽃 피는 계절이 되었다. 그 시간이 꿈인 것처럼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학교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가 절망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던가! 지나고 보면 아무 일이 아닌 듯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이, 바로 시간의 힘인가 보다.
기숙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3개월! 밤12시 30분에 취침하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는 일상 루틴에 아이는 적응을 했고, 밤10시까지 이어지는 자습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잠이 와서 교실 뒤쪽에서 서서 공부한다는 아이 말을 듣고 이 녀석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네 싶어서 대견하기도 했다.
이제 6월과 7월만 지나면 1학기 기숙사 생활이 끝난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아이는 생각보다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아이를 보며 부모가 갖추어야 할 것은 의연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에 흔들리지 말고 의연하게 그 자리를 뚝심있게 지켜내는 자리, 그 자리가 부모 자리가 아닌가 생각해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