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영실코스 가족의 도전 이야기

by 소금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산이 부르는 이유는 그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아이들과 한라산 영실코스에 올랐다. 우리의 여정은 흐린 하늘 아래에서 시작되었고, 날씨는 금방 비바람을 몰고 왔다. 비가 내리면 우비를 꺼내 입고, 바람이 불면 모자를 눌러쓰며 우리는 흔들림 없이 걸어갔다. 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덕스러운 시험에 들게 했지만, 우리는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영실코스는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영실기암을 지나며 시작된다. 영실기암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서 그 풍경이 장관이다. 날이 흐려서 기암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 장엄한 풍경을 지나며 아이들과 함께한 발걸음은 한층 더 가벼웠다. 우리의 원래 목표는 윗세오름이었지만 이른 시간에 출발한 덕분에 남벽 분기점까지 가기로 했다. 날씨가 맑았다면 백록담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날은 흐린 하늘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한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값진 보상이었다. 우리 가족은 남벽 분기점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이들 얼굴이 해맑았다.


영실코스는 성판악 코스에 비해 비교적 쉬운 구간이라고 하지만, 계단 구간에 이르면 그 말이 무색해진다. 다리가 떨려올 때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속 스위스의 초원을 떠올리게 하는 너른 평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곳은 바람이 풀들을 흔들어 춤추게 했고, 넓게 펼쳐진 들판은 고요 속에 담긴 자유를 느끼게 했다. 지대가 높아 큰 나무는 보이지 않고, 작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줄지어 서 있는 구상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너른 평원에서 우리 가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나 역시 앞에 걸어가는 가족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비록 우리의 발걸음이 느려졌어도, 서로를 기다리고 응원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유대감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순간은 사진 한 장으로는 담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 우리의 마음속에 남았다.


산을 내려오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날다람쥐처럼 산을 내려갔다. 그에 비해 엄마인 나는 느림보 다람쥐가 되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내려가면 저만치서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안개에 가려진 정상은 우리에게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고,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번 한라산 영실코스 산행은 아이들과 함께 한 도전이자 추억이었다. 우리는 날씨의 변덕 속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고, 함께 걸어온 그 길은 앞으로도 우리 가족이 함께 나아갈 길처럼 느껴졌다. 이 특별한 여정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며, 다시 산이 부를 때, 우리는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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