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단양 여행을 다녀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단양은 어렵지 않게 자주 찾아가는 곳이다. 이번에는 1박 2일로 캠핑을 다녀왔다. 단양에 가면 자주 보게 되는 곳이 도담삼봉이다. 삼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고 정도전이 떠올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맞았다. 도담삼봉은 단양을 지나갈 때마다 눈으로만 많이 보았기에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캠핑장으로 가면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가보고 싶었다. 차를 돌렸다. 주차장 입구에는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을 섰고 차를 댈만한 곳이 없었다. 남편이 투덜거렸다. 아, 이번 결정도 잘못되었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6월 초입이지만 일찍 시작한 무더위는 이날도 기승을 부렸다. 늘 지나치던 도담삼봉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달랐다. 날이 가물다보니 물이 얼마나 줄었는지 도담삼봉을 보니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강해서 잠시 앉아서 쉴 곳을 찾았다. 나와 남편만 있다면 더위도 마다하지 않고 돌아다닐텐데 아이들이 있으니 여유를 부려본다. 카페 그늘막을 찾아들었지만 여기도 너무 덥다. 날이 더워서인지 나무로 된 의자 사이로 기어다니는 빨간 개미들이 보인다. 작은 아이가 빨간 개미가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들이 덥다고 하니 카페 가까이 선풍기가 돌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날이 더운데도 도담삼봉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 여행을 온 관광객들도 보인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는데 커피는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 몫으로 주문한 쥬스는 실망스럽다. 생과일을 갈아서 만든 쥬스가 아닐지라도 아이스티 티백처럼 가루를 탄 아이스티는 너무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맛있게 먹는다. 대형 선풍기는 쉴새 없이 돌고 아이들은 아이스티를 마시고 나는 도담삼봉을 바라본다. 단양 팔경 중 하나라는 도담삼봉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물이 상당히 줄었음에도 유람선이 다니고 모터보트도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물살을 가른다. 시원해보인다.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갇힌 일상에서 해방된 우리들은 봇물이 터진 듯 여행을 다닌다. 관광 명소로 알려진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번 여행은 캠핑이 목적이지만 시간이 된다면 단양 여행도 할 생각이었다. 특별한 계획같은 건 없었다. 예전 같으면 일정도 빼곡하게 짜고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했겠지만 이제 우리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무계획의 즐거움을 알게 된 까닭이다.
이번 단양 여행도 그랬다. 무계획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속초 여행 때였는데 그 이후로 나는 우연의 발견이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주차장으로 그냥 가려고 했지만 저 멀리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은 그곳에 뭔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발길을 옮겼다. 차를 타고 오면서 산 위에 정자가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맞았다. 계단을 오르니 정자가 보였고 그곳은 석문으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도담삼봉에서 200m 정도 올라가면 왼쪽으로 무지개 모양의 석주를 볼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석문이다. 단양팔경에 석문이 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석문은 두 개의 커다란 바위 기둥이 한 곳에서 만나 다리를 이루는 곳인데 석문을 통해 저 멀리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만약 이날 우리가 도담삼봉을 지나쳤더라면 석문이 여기 있다는 것을 오래도록 몰랐을 것이다.
여행은 역시 계획을 짜고 찾아가는 것보다 우연히 낯선 장소를 발견하는 기쁨이 오래가는 것 같다. 이번 단양 여행 역시 그랬다. 석문의 발견, 그것이 이 여행의 우연의 발견이었다. 우연의 발견이 있어서 여행이 즐겁고 설렌다. 다음에는 어느 곳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까? 당분간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계획을 짜지않고 내 발로 찾아가는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