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해보겠습니다

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고

by 소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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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네이버>


이 아침에 한 번 해보라고 나를 부추키는 외침이 들렸다. 그림 그리러 다닌다고 식물 배우러 다닌다고 평일에는 직장인과 다름없이 아침에 집을 나선다. 취미활동 한다고 바쁜 나날들을 보내면서 정작 먹는 것에는 그러지 못했음을 느끼는 아침이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석규와 김서형이 주연으로 나온 웹드라마였나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는데 왓차드라마는 또 뭔지 모르겠다. 정보를 찾다가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와서 읽던 참이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 아내를 위해 남편이 요리를 해주는 일종의 레시피가 담긴 책이다. 저자 약력을 보니 출판사 편집기획자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글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매일 음식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슬플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드러내놓고 슬퍼하지 않으나 곳곳에 아내를 향한 잔잔한 슬픔과 염려가 함께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내내 다음 주 첫 시험을 치는 중등 아들의 공부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책을 펴고 있다.


책을 읽다가 나도 좀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레시피책이라니 참 아이러니했다. 평소에 요리에 관심도 없고 매일 하는 집밥에 대한 지극함도 없는데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다니 참 기묘한 책이다. 채소 육수를 내는 레시피를 읽으면서 나도 채소 육수를 만들어볼까 했고, 무덤덤하게 잡채를 만드는 레시피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데 왠지 만들어보고 싶었다. 재료만 좋다면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민어찜도 한 번 해볼까? 채소가 건강에 그렇게 좋다는데 갖은 채소를 푹 우려내서 아이들에게 채소 육수라도 먹여야 하지 않을까? 여러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한때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는 백종원 음식 레시피도 난 전혀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 책은 읽기만 해도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웨지 감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길래 집에 있는 감자로 얼른 만들어서 간식으로 주었더니 아이들이 맛있다고 한다. 만드는 방법도 쉬웠다. 감자를 8토막 내서 10분간 삶은 뒤 물기를 빼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주면 된다. 이렇게 쉬운 레시피가 있다니 감자의 효용 방법을 하나 더 체득한 느낌이다. 감자는 늘 감자조림을 해먹거나 그도 아니면 감자국을 끓이거나 다른 음식의 부재료로 사용하곤 했는데 이제 웨지감자도 단골이 되겠다.


떠나는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남편이라니 애틋한 그 마음을 슬픔보다 요리로 담담하게 채워나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아직 도입부를 읽고 있지만 주말 내내 TV는 켜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을 것 같다. 이런 부엌일기도 글이 될 수 있구나, 이런 레시피도 읽는 이들에게 요리를 하게 하는구나 읽으면서 나는 퍽 감동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미식가의 미자도 모르는 나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다. 음식은 한 끼를 때운다는 지극히 저차원적인 마음으로 사는 사람인지라 조리법도 다양하지 않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꺼리고 빨리 하면서도 나에게 익숙한 조리법으로만 음식을 만든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음식을 한다는 것은 늘 나에게 스피드를 요구했다. 아이들 입이 짧은 것도 어쩌면 이런 나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TV에서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늘어났지만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관심이 없었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방송도, 요리법을 알려주는 책도, 유** 영상도 찾아보지 않는 나였는데 이 책은 이상하게 끌린다. 손이 많이 간다고 꺼렸던 음식을 달리 보게 만드는 이 책은 사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음식은 정성과 사랑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조금만 정성을 다하면 내 가족을 건강하게 할 수 있었을텐데 싶은 마음에 음식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잡채도 한 번 만들어보고, 생선찜도 한 번 해보고, 채소 육수도 만들어보고 그러자 그러자 싶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어떤 사람은 레시피를 읽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읽는 책’이라고 나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레시피도 읽고 마음도 읽었다. 아이는 공부를 하고 엄마는 책을 읽는 주말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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