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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되듯이

by 소금별

깜깜한 새벽, 창밖의 어둠이 깊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한 하루를 시작한다.

빨려들 듯 검은 어둠 속으로 반딧불처럼 지나가는 차들과 별처럼 반짝이는 건물들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그 불빛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나를 조용히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힘을 내본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숟가락을 놓은 후 밥과 국을 퍼서 식탁을 차린다.

남편과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텀블러에 생수를 담고 어항 속 구피를 쳐다보며 먹이를 준다.

진동을 느끼는 탓인지 가까이만 가도 모여드는 모습을 보니 이것도 생명인가 싶어 애틋하다.

분무기를 들고 거실에 있는 식물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 작은 화분에는 물을 주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아이들은 내게 인사를 남기고 각자의 하루를 위해 집을 떠난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올 한해 내가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었다.

이 겨울은 그런 나에게 침잠의 시간이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정지의 시간이기도 하다.

바쁘게 살아온 한해이니 만큼 나 자신을 토닥이며 다시 도약할 내년을 위해 곰의 시간을 보내야지!

곰이 겨울잠을 자며 에너지를 비축하듯, 나도 쉼의 시간을 통해 다가올 도약을 준비해야겠다.


2024년을 시작하면서 위시리스트를 적었다. 책 읽기 80권, 에세이 20편 쓰기, 미술관 10곳 가기,

자격증 1개 이상 따기 였는데 목표를 달성했다. 역시 산 정상을 오르듯 목표가 있어야 얻는 것이 있나보다.

벽 한쪽에는 글쓰기 팁이나 나를 일깨워 줄 좋은 글귀 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멈춰 있는 나를 북돋우기 위해 하나씩 적어놓은 글들을 읽으며 뭐든지 눈에 보여야 이룰 수 있구나 싶다.


매일 아침마다 배우러 다니느라 분주했는데 이제 민화수업만 남았다.

민화도 전시회 한다고 그림 두 점을 표구했으니 이렇게 성취를 얻은 한 해였구나!

뿌리지 않으면 수확을 할 수 없듯이 뭐든지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부단히도 돌아다녔던 한 해였다.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서 그림과 민화를 배우고 시민정원사 과정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올해처럼 그림책 과정이 개설된다면 수강해서 그림책 한 권을 출간할 것이고,

글도 부지런히 써서 더 좋은 글들을 썼으면 좋겠다.


아직 내년 계획이 모두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림책 출간과 시민정원사 과정은 꼭 이루고 싶다.

소소한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되듯이 특별하고 멋진 삶을 꿈꾸기 보다 매일의 일상을 잘 가꾸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생의 등대를 제대로 보면서 살아야겠다.

인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니까.

오늘도 나는 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씨앗을 심으며,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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