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겨울, 외국인 노동자가 되다
내가 느낀 19살은 텅 빈 도화지와 닮았다. 모든 경험이 내 것인 듯 몸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복숭아빛 젊음은 그 모든 것을 흡수하고도 그 이상을 갈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험들이 모여 견고해지고, 모양을 잡아간다.
난 사실 철없고 곱게 컸다.
그럭저럭 여유 있고, 너그러운 부모님 밑에서 설거지 한번 해본 적 없었다.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적당히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그저 그런 학생.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무슨 바람이 들어 캐나다 에 홀로 떠났다. 외국인 노동자로서!
무식할수록 용감하다는 말이 딱 알맞다. 비행기에 타는 순간 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그저 다른 나라에 가는 사실에 신이 났다. 비행기 안에선 기내식 사진을 찍고, 부모님께 받은 편지를 읽어보며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다.
예상했겠지만, 난 정말 개고생을 했다. 집값, 생활비, 휴대폰, 일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영어도 문제였다.
굳이 수준을 따지자면 한국 영어 교육과정을 흐지부지 수료한 고등학생 정도. 아직도 처음 외국인 친구를 만나 당황해 침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캐나다의 현실은 날카로웠다. 이 넓은 나라에 동양 인 외국인 노동자인 내가, 얼마나 티끌같이 작은 존 재인지를 체감했다.
이 커다란 나라에서 내 흐릿한 정체성이 녹아 없어
질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는, 한국에 있었 다면 이만큼 놀라운 경험을 만들어갈 자신이 없다.
모든 것이 서툴고 엉망진창이지만, 모든 것이 귀중했다.
19살의 스펙타클한 캐나다 생존기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한 번쯤 열어보길 바란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보며 조금이나마 웃고, 어린애의 미숙한 패기에 용기를 얻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