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의 캐나다는 회색이었다
2023년 11월 6일 저녁 9시,
난 캘거리 공항에 도착했다.
침침한 눈과 꾹꾹 짐을 욱여넣은 커다란 캐리어 3개를 들고 낑낑대고 있을 때쯤, 언니가 손을 흔들며 마중을 나왔다. 언니는 8년째 캘거리에서 유학 후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 첫날 언니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여기서 널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넌 완벽하게 혼자야.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네 책임이야. 그니까 네가 알아서 똑바로 잘해."
지금은 의미를 뼛속깊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 나는 서운하기만 했다. 괜히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 그래도 언니가 날 보호해 줄 거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나 보다.
내 첫 캐나다는 차갑다 못해 시렸다. 아름다움은 낯섦을 이기지 못했다.
들리지 않는 언어와, 이국적인 풍경, 더해 회색 거리에 걸터앉아 있는 홈리스까지.
내가 상상했던 캐나다의 환상을 깨주기엔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관광객처럼 두리번거리며 충격에 젖어가던 중, 언니가 말을 걸었다
"지금 풀 냄새 같은 거 나지 않니?
"응, 나는 것 같은데?
“그게 대마냄새야."
“………. “
밤거리엔 노숙자와 마약에 취해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5시 이후엔 길거리에 사람이 사라졌다.
환상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없던 환상도 깨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내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눈치 했는지, 씩 웃으며 말했다.
“벌써 후회되니? “
“약간"
어차피 한 선택이었기에, 되돌릴 방안도 없었다
“그래. 처음은 다 그렇지 뭐. 이제 내가 바꿔보면 돼."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맴돌았지만, 그래도 무언가라도 해야 했다.
이 낯선 땅에서 난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선택했으니 적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