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러운 마음 내려놓기
나는 신상을 볶는 성격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섬세하고 공감을 잘하는 성격 탓에 다른 사람이라면 잘 신경 쓰지 않는 것까지 고민하고 쉽게 상처를 받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로 속앓이를 하며 끙끙거려 오랜 시간 불면증에 힘겨워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니 마음의 짐이 몸에 영향을 끼쳐 근육통과 두통도 자주 겪었다. 쉼이 필요함에도 아이러니하게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몸을 괴롭히는 필라테스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간이침대처럼 생긴 리포머라는 필라테스 기구는 스프링과 움직이는 바퀴가 있어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순식간에 몸의 중심을 잃어 부상을 당하기 쉽다. 따라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본능적으로 강사의 지도와 신체 행위에 몰두하게 되고 자연스레 온갖 잡념이 흔적 없이 증발한다. 그리고 50분 동안 근육과 관절을 어르고 달래 다시금 온전히 제 역할을 하게끔 해준다. 몸은 내 마음의 거울과 다를 바 없다. 움츠러든 마음만큼이나 근육은 굳었고, 지친 나의 마음을 아는 듯이 근육은 힘을 잃기도 했다.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엄마와의 첫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 폭설이 내렸다. 우리 동네의 진입로는 언덕이 가팔라 자동차 통행이 어려웠고 마을버스 운행이 불가하다는 아파트 방송까지 들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첫 수업인데 못 가면 어떡하지?', '엄마가 그냥 수업 미루자고 하면 어떡하지, 흥 다 죽는 거 아냐?' 등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제설이 잘 되어 수업을 갔음에도 옷을 갈아입는 그 짧은 몇 분 동안 사소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수업 너무 어려워서 엄마가 못 따라 하면 어떡하지?', '선생님이랑 합이 잘 맞아야 할 텐데...', '운동 후 오히려 더 몸 아프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실제 내가 했던 걱정을 글로 적어보니 나 무슨 문제 있나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 모든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로 엄마는 모든 동작을 성실하게 잘 따라 했고 아주 오랜만에 몸이 맑고 가볍다고 했다. 게다가 강사 분께 엄마와 내가 운동하는 동작을 사진 찍어줄 수 있냐고 수줍게 부탁을 하셨다.
엄마는 50분이라는 시간에 몸과 마음을 충실하게 맡긴 채 필라테스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제는 나도 걱정과 부담을 한시름 내려놓고 엄마와 함께 그 시간을 즐겨보도록 해야겠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날씨가 궂으면 수업을 다시 잡으면 되고, 엄마가 힘들어하면 쉬운 동작을 하면 되는 것을.